재건축조합의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고소하여 경찰과 검찰의 장기간 수사를 거쳐 횡령 및 배임죄로 기소되었으나 공판절차에서도 자신의 범죄혐의를 부인함으로써 수사과정에서 조사를 받은 참고인들이 또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까지 하게 되었고, 장기간의 공판을 종결하고 검사의 징역형 구형까지 마친 다음 판결 선고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 중인 해당 피고인이 또다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이것이 과연 가능하며, 허용되는 것일까요? 더구나 위 조합장은 형사고소 외에도 조합원들의 신청으로 조합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게 되자 스스로 조합장에서 사퇴한 다음 본인의 사퇴로 인해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것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3조에 의하면 ①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②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거나 ③도시정비법을 위반하여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10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조합장을 포함한 조합임원 자격이 없고 당선되었더라도 당연 퇴임사유가 됩니다.

따라서 조합장이 설사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게다가 금고 이상의 형 또는 도시정비법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구형받은 단계라고 하더라도 아직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라면 도시정비법상 조합임원 결격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으므로 조합장에 출마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법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유권자인 조합원들의 현명한 선택과 투표를 통해서만 자질 없는 조합임원의 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조합장이 만약 선거에서 조합장으로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도시정비법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게 된다면, 당선 이후라고 하더라도 조합장은 당연 퇴임사유에 해당하게 될 것이고, 조합은 또다시 조합장 선출을 위한 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형사재판 중인 당사자가 조합장에 입후보하더라도 관할 지자체나 조합에서 이를 사전적으로 저지할 아무런 법적 수단이나 방법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경우에 사후적으로 해당 조합장에게 업무방해 또는 배임죄의 죄책을 묻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배임죄(형법 제355조제2항)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성립하며, 이득액 또는 손해액에 따라 법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처해질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위 사안에서 조합장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고,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가 기각되어 직무집행이 정지되자 스스로 조합장에서 사퇴한 다음 자신으로 인해 개최된 조합장 선출 총회에 또다시 조합장 후보자로 출마한 것입니다. 게다가 직무집행정지의 원인이 된 조합 자금 횡령 및 배임행위에 대하여 검사의 기소와 공판을 거쳐 징역 3년의 비교적 중한 형의 구형을 받고 선고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또다시 출마를 한 것입니다.

조합장 선출 이후 판결 선고일에 만약 위 조합장이 유죄와 함께 금고형 이상의 형이 선고가 된다면, 위 조합은 또다시 조합장 선출 총회를 치러야 할 것이며, 그 비용은 막대할 것이 분명합니다.

조합장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에서나 형사고소된 사건의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였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죄판결이 선고된다면 조합장의 변명은 모두 거짓임이 사법절차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받게 되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조합장은 선거 과정에서 자신은 결백하며, 조합원들의 고소가 허위이며 검사가 잘못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을 것인 바, 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서 조합의 공정한 선거업무를 방해한 것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조합에 막대한 선거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게 하는 등의 손해를 가한 것이므로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합원들의 정비사업에 관한 인식과 조합 운영에 대한 관심 및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령 자체의 흠결이나 미비점이 많고, 그 허점을 이용하여 처벌과 책임을 피하고, 조합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조합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들이 버젓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실시된 서울시의 모 구청장 선거에서도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장본인이 또다시 해당 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이는 그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공직선거법의 흠결 때문입니다.

조합임원 선출과 관련하여 조합임원 결격사유 등에 관한 규정 및 공정한 선출절차에 관한 규율이 미비하기 때문에 해당 조합장이 또다시 출마할 수 있는 것이므로 향후 사전에 출마를 막을 수 있도록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겠으나, 현행법 하에서도 적어도 사후적으로 형사상 책임을 묻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수단을 필자는 생각해 본 것인 바, 후안무치한 탈법행위에 대하여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조치만으로도 위 조합장과 같은 전횡과 파렴치한 행위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도덕과 양심의 최소한일 뿐이므로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적이라거나 양심을 지켰다고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위 조합장은 유죄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현재로서는 도시정비법에 따른 결격사유가 없기 때문에 선거에 출마할 수는 있다는 의미일 뿐 조합장으로서의 자질과 자격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오로지 유권자인 조합원들의 이성과 양심에 따른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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