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 재개발·재건축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도입된 정책이 기존 정비계획 범위 안에서만 시공자 선정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달 10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시공자 선정기준에 대한 재행정예고에 나섰다. 핵심은 시공자 선정시 대안설계를 제시할 경우 용적률, 높이, 면적 등에 대한 조정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시공자 선정 시에는 기존 정비계획을 바탕으로 설계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데, 시가 조합원의 폭넓은 선택권을 빼앗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조합원 표심을 잡기 위해 자사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한 특화설계안을 선보이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평형별 조합원 선호도 및 트렌드 변화 등이 포함된다. 즉 경쟁사별로 제시하는 설계안에 따라 표심이 나뉘는데, 시가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시의 시공자 선정 기준 개정이 신탁방식 정비사업 경각심에서 촉발됐다는 의혹도 불거진다.

시는 신통기획이 적용된 압구정의 한 재건축사업장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기존 정비계획을 벗어난 설계안이 제시됐다는 이유로 절차 중단을 강행했다. 비슷한 시기 여의도 신탁방식 재건축사업장에서도 시공자 선정 절차를 강제 중단시켰다. 마찬가지로 설계안이 기존 정비계획을 벗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신통기획의 경우 기존 정비계획 틀 안에서만 설계안을 마련하도록 못 박았는데, 신탁방식과의 형평성 문제를 의식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신통기획·신탁방식 적용 사업장이 아닌 곳에서조차 설계안이 정비계획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시공자 선정을 가로막았다는 점이다.

시 입장에서는 야심차게 도입한 신통기획이 다른 사업추진 방식보다 성공 사례로 남아야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재행정예고안은 일선 사업장에 대한 시의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절차 중단 요구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도 비춰지고 있다.

현실은 시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통기획 도입 2년 동안 80여곳을 선정했는데, 정비구역 지정 사례는 미미하다. 시 논리대로라면 사실상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때까지 사업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곳곳에서는 신통기획 철회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신통기획 성공이라는 치적을 쌓기 위해 민간사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과도한 요구를 자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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