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빠른 정비사업 추진을 골자로 야심차게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가 설계자, 시공자 등 정비사업 필수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 ‘중단’만 요구하면서 불통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압구정3구역과 여의도 한양아파트 등이다. 압구정3구역의 경우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과도한 시의 개입이 문제됐다. 

설계 공모기준 등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향후 정비계획 변경을 감안해 설계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조합은 시의 강경한 태도에 재선정 절차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역시 시공자 선정이 잠정 중단됐다. 시는 입찰지침서에 포함된 사업계획이 정비계획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시공자 선정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이 구역은 신통기획안에 따라 용적률을 최대 60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입찰지침서상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사업성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정비계획 변경 등 후속절차를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시는 정비계획변경 지정·고시 후 시공자 선정 절차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행정조치는 비단 신통기획 적용 사업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신통기획이 아닌 사업장에서도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계획이 기존 정비계획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정비계획변경 후 시공자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인·허가권을 무기로 민간사업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공통된 목소리가 나온다. 정비계획 변경은 후속 절차인 건축심의 과정에서 충분하게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통기획 적용 사업장에서의 행정조치들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명분을 쌓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신통기획 적용 사업장과 미적용 사업장들에 대한 차별 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빠른 사업 추진을 골자로 약 2년 전 도입된 신통기획이 되려 민간사업장보다 속도가 늦어진다는 점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당성이 부족한 행정조치로 사업 추진에 제동만 건다면 주민들의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시는 신통기획이 불통기획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도입 취지를 되살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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