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탁방식 정비사업 표준계약서 마련을 통해 신탁사들의 의무와 책임강화에 나선다. 

불공정계약, 소극적인 초기 사업비 조달 등 정비사업에 대한 신탁방식 도입 이후 발생해오고 있는 부작용들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먼저 입찰보증금을 사업비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초기 사업비를 신탁사가 직접 조달해야한다는 의미다. 다만, 건설사가 동의한다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가장 큰 장점은 초기 사업비에 대한 자금조달이 꼽힌다. 신탁사들 역시 원활한 자금조달을 강점으로 내세워 홍보해왔다.

하지만 신탁방식 정비사업장 곳곳에서는 시공자 선정 시 입찰보증금을 요구하고 있고, 사업비로의 전환이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 금액은 최소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예외적 허용’을 명시하면서 초기 사업비 조달은 여전히 시공자의 몫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토지등소유자를 대신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신탁사가 ‘갑’의 위치를 이용해 암묵적으로 입찰보증금에 대한 사업비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비 신탁사 선정도 별도의 절차를 거지도록 법제화를 추진한다. 사업대행·시행자지정 이전에 협약을 체결할 경우 일정비율 이상의 주민동의를 확보해야 하고, 공개모집 등 공론화가 가능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업장 선점 후 계약체결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다반사였는데,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의 경우 토지등소유자들의 부족한 전문성을 악용해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는 주민 100% 동의가 없을 경우 계약해지가 어렵고, 해지 시에도 손해배상까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불공정계약’의 단초가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처벌규정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 발의됐는데, 뇌물 수수 등의 행위가 적발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표준계약서는 신탁사의 ‘손 안대고 코풀기’식 정비사업 추진에 제동을 건 셈이다. 

통상 신탁사들은 총 분양수입의 1~4%대로 수수료를 책정한다. 적지 않은 비용인 만큼 의무·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법제화 과정에서 사업이 중단됐거나, 손실발생 등의 경우에도 귀책사유를 물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명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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