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토지의 평가에 관하여 세부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 특수한 경우로 ‘미지급용지의 평가’라는 것이 있다(제25조). 2015년 4월 28일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용어만 ‘미불용지’에서 ‘미지급용지’로 바뀌었다.

해당 규정은 “종전에 시행된 공익사업의 부지로서 보상금이 지급되지 아니한 토지에 대하여는 종전의 공익사업에 편입될 당시의 이용상황을 상정하여 평가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문언상 도출되는 미지급용지의 요건은 ①종전에 공익사업이 시행된 부지일 것 ②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토지일 것이다. 요건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공익사업의 ‘시행’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문제된다.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례는 찾기 쉽지 않은데, 최근 당 법무법인이 수행한 사건에서 1심은 도로의 경우 위 규정에서 말하는 공익사업의 시행이란 ‘실제로 도로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해당 사건의 항소심은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으나, 아무래도 위 1심의 판시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도로를 포장하고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법률개념이라기보다는 사실적인 용어이므로 개별 사안에 따라 이를 명확히 확정하는 것부터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도로는 크게 도로법과 국토계획법을 통해 설치되는데, 도로법에 따르면 ①도로 노선의 지정·고시(제19조) ②도로구역의 결정·고시(제25조) ③토지 등의 수용 및 사용(제82조) ④도로공사(제31조)를 거치고,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①도시·군 관리계획의 결정 및 지형도면의 고시(제30~32조) ②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의 인가·고시(제88조, 제91조) ③토지 등의 수용 및 사용(제95조) ④도로공사 및 공사완료의 공고(제98조)를 거친다.

그런데 미지급용지란 ‘종전에 시행된 공익사업의 부지로서 보상금이 지급되지 아니한 토지’이고, 이는 그 문언상 수용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수반되는 공익사업을 뜻한다. 따라서 도로의 경우 공익사업의 시행이란 토지의 수용이 수반되는 ‘도로구역의 결정·고시’나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의 인가·고시’를 가리킨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도 해당 각 결정(인가)고시가 있어야 공용개시행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그 토지가 행정재산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99다54332 판결).

둘째, 종전 공익사업에 편입될 당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여야 하고 이는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에 관해 서울고등법원은 예컨대 일제강점기 도로로 편입될 당시 기부를 원인으로 한 국가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다거나 지목이 도로로 변경된 점만으로는 그 당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셋째, 종전 공익사업과 당해 공익사업의 사업주체가 같아야 한다. 이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25조의 문언에는 없으나 대법원 판례가 요구하는 별도 요건이다(대법원 92누2653 판결 등).

예컨대 1970년에 국가가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사유지에 무단으로 도로를 설치한 후 2020년에 민간조합이 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그 사유지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했어야 하는 주체는 국가인데 아무런 책임 없는 민간조합이 도로에 편입될 당시의 현황으로 보상해야 한다면 이는 자기책임 원리에 반한다.

토지보상법은 종전 공익사업과 당해 공익사업의 사업주체가 다른 경우 당해 사업주체가 종전 사업주체에 구상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업주체의 동일성을 요구하는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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