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관련 일을 하다보면 “법에 맞춰 할 만큼 했는데, 그럼에도 처벌되는것이 맞냐”며 억울함을 토로해 오는 경우가 있다. 

이쪽 업무를 해오고 있는 필자조차도 법정에 가서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아리송한 사례들이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A 조합장은 조합에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면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처벌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총회 결의를 조건으로 정지조건부계약을 체결하였다. 어차피 총회의결을 받지 못하면 해당 계약은 무효이니 조합원의 부담이 되는 계약이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총회의 사후의결을 정지조건으로 한 조건부 계약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조합원들의 사전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도시정비법 규정 취지를 잠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계약이 무효로서 효력이 없는 점에서 정지조건부 계약과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B 조합장은 총회 결의를 통해 설계업체를 선정하였으나, 설계계약을 체결하면서 용역대금 산정기준을 연면적에서 설계면적으로 변경하였다. 

조합장은 1㎡당 용역대금 단가가 동일한 이상 별도로 총회의 승인결의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법원은 총회 결의 당시 조합원들이 예상하였던 금액보다 ‘상당히’ 증가될 수밖에 없다면 계약에 앞서 총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C 조합장은 총회에서 조합장으로 선출되었지만 임원변경등기가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조합임원으로 볼 수 없어 도시정비법 벌칙조항의 수범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총회에서 선출되어 조합장으로 선임된 날부터 조합장으로서의 업무가 시작된다 할 것이고 그때부터 도시정비법 위반죄의 주체가 되는 조합임원이 된다는 입장이다. 

조합이 임원을 누구로 선임할지 여부는 행정청의 인가와는 무관한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조합 임원의 임기는 창립총회의 경우를 제외하면 임원변경등기 시점과 무관한 것이다.

D 조합장은 이미 체결된 용역계약의 상대방에 업무를 추가시키는 방식으로 변경계약을 체결하였다. 비록 계약의 경우는 일반경쟁에 부쳐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새로운 계약이 아닌 기존계약의 내용에 일부 내용을 추가한 변경계약에 대해서 까지 일반 경쟁입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두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고 엄격히 정하고 있는 도시정비법을 회피하고 잠탈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사례들과 거의 동일함에도 결론을 달리하는 판례들도 확인되고, 필자가 보기에도 죄형법정주의를 무시한 판단이라고 볼 만한 것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합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 조합 업무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고, 조합의 반대파들이 결집할 수 있는 트리거가 될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조합장의 법 해석은 형사처벌 규정에 있어서 만큼은 보수적 해석이 낫다는 생각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