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건설수주 경기가 올해보다 더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분야의 건설수주량의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서울시의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와 공사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인한 긍정적인 요인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 1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철한 연구위원이 발표한 2024년 건설경기 전망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 건설수주는 1.5% 감소한 187조3,000억원 규모로 전망했다. 분야별로는 공공의 경우 4.6%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민간부문에서는 4%가 감소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종별로는 토목이 0.3% 증가에 그친 반면 주택과 비주택이 각각 0.8%, 3.8%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투자도 전년 대비 0.3% 감소해 건축공사의 동반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민간부문에서는 지난해 역대 최고수준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침체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2년 민간 건설 수주액은 172조9,000억원 규모로 주택과 비주택 건축, 토목 등 모든 공종에서 양호한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신규 수주가 늘어난 것은 물론 재건축·재개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1~8월까지의 수주 현황은 작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인해 시장이 악화되면서 수주 감소세를 보였는데, 과거 장기 침체 패턴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문제로 주택과 비주택 건축 모두 동반 위축된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수주도 주춤한 상황이다.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 분쟁이 심화됨에 따라 수주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건설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반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과 시공자 선정 조기화, 건설자재 가격 안정화 등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통기획으로 사업속도가 개선되는데다,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지면서 내년도 수주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러·우 전쟁 등의 여파로 급등했던 건설자재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어 회복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반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지에서만 선별적으로 수주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내년 민간 건설수주의 핵심 쟁점은 금리인하 시기와 부동산 PF 불안 해소여부, 자재가격 안정화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쟁이 정비사업 수주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핵심 쟁점 상황이 경기와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와 올해 건축 착공이 급감함에 따라 장기적인 주택공급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에서는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한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고, 민간기업은 도심 내 정비사업 수주와 산업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