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을 하다 보면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하는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뿐 아니라 정비기반시설을 포함한 각종 부수적인 공사가 따른다. 그 각종 부수적인 공사를 하는 공사업체도 도시정비법상 시공자에 해당하여, 선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총회를 거쳐야 할까.

직관적으로는 당연히 아니라는 답이 떠오르기 쉬우나 객관적인 근거로 논리적으로 설명하자면 의외로 쉽지가 않다. 우선 도시정비법에서는 시공자에 대한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 해석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대법원은 법률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로 동원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이러한 체계적·논리적 해석을 위한 힌트는 도시정비법의 이곳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정비사업의 시행방법에 관한 도시정비법 제23조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은 ‘건축물’을, 재건축사업은 ‘주택, 부대시설·복리시설 및 오피스텔’을 건설하여 공급하는 사업인바, 도시정비법의 체계상 시공자란 해당 각 ‘건축물’이나 ‘주택, 부대시설·복리시설 및 오피스텔’을 건설하는 시공사를 가리킨다고 봄이 타당하다.

둘째, 도시정비법 제29조의 위임에 따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일반 계약 처리기준(제2장)과 시공자 선정기준(제4장)을 나누고 있는데, 일반 계약 처리기준 제5조는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공사’계약도 포함하고 있는바, 제4장은 제2장에 대한 특칙으로서 제4장에서의 시공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주택을 건설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시공사만 가리키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셋째, 구 도시정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보급한 표준정관은 시공자와 관련 사업비의 부담 등 사업시행 전반에 대한 내용을 협의한 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시공자가 단순히 공사의 수급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시행자와 정비사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전반적인 사업의 파트너 지위에 있음을 의미하는바, 정비사업으로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시공사 1인만 가리킴을 당연히 전제한다.

넷째, 도시정비법상 시공자의 선정 및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은 필수적 정관기재사항이고 이를 변경하려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가중된 정족수가 필요하고(제40조), 시공자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6가지 핵심 업무로 정하고 있는데(제102조), 각종 부수적인 공사업체를 여기서 말하는 시공자로 보기는 어렵다.

다섯째, 도시정비법 제29조제9항은 “사업시행자는 선정된 시공자와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기존 건축물의 철거공사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하여 사업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수적인 공사 중 철거공사는 반드시 시공자가 행하도록 특별히 정하고 있는바, 이는 시공자와 체결하는 공사계약에는 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도급하는 모든 공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당연히 전제한다.

도시정비법상 시공자의 의미에 대해 정면으로 다룬 판례를 찾기는 의외로 쉽지 않으나, 예컨대 부산지방법원은 ‘정비기반시설 공사계약’에 대한 총회 결의가 없어 기소된 사안에서 도시정비법 제45조제1항 각호 중 ‘시공자 선정’이 아니라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인지에 대해서만 판단하였는데, 이는 곧 정비기반시설 등 각종 부수적인 공사를 하는 시공사는 도시정비법상 시공자에 해당하지 않음을 당연히 전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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