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9장 벌칙은 제135조부터 제138조까지 5년 이하의 징역 및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벌’에 처할 수 있는 행위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을 위반하여 징역 또는 벌금의 형벌에 처해질 수 있는 행위들은 당연히 ‘범죄’를 구성하며, 그 죄명은 공소장 및 불기소장에 기재할 죄명에 관한 예규(대검찰청예규)에 따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라고 명명되고 범죄에 해당하므로 도시정비법과 그 해석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등 형사법의 기본원리를 반드시 준수하여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도정법위반죄에도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된다는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이었던 피고인 1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을 하지 아니한 피고인 2에게 관리처분계획의 변경에 관한 업무의 대행을 위탁하고, 피고인 2는 이를 위탁받음으로써 피고인 1과 2가 공모하여 도시정비법 제102조제1항제6호를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건에서,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즉 도시정비법에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한 업무의 대행’을 위탁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갖춰 관청에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무등록 업자가 이를 위탁받은 경우에는 형벌을 받을 수 있는 바, 도시정비법은 관리처분계획의 ‘수립’과 ‘변경’을 구분하고 있고,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리처분계획의 변경도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경미한 변경에 불과한 업무를 위탁받은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처벌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해석은 형벌법규의 명확성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해석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며 관리처분계획의 변경에 관한 업무의 대행을 무등록 업체에 위탁한 경우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2019.9.25. 선고 2016도1306 판결)은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나, 법률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입법취지와 목적, 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다음, 등록한 업체에 대행을 위탁하여야 하는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는 경미한 사항이 아닌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유죄 취지로 판결한 것입니다.

즉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은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정비사업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하였는 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사업 전반에 관하여 자문하고 위탁받은 사항을 처리하며, 그 범위 내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이라는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또는 변경을 위하여 조합총회의 의결 및 행정청의 인가 등을 받도록 한 것은 관리처분계획이 조합원 등의 권리의무와 법적 지위에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며, 이에 반하여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작기 때문에 행정청에 신고하면 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도시정비법은 시행령에서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 경우를 별도로 상세히 정하고 있기 때문에 불분명하거나 불합리하게 처벌범위가 확대될 우려도 거의 없다는 이유로, 관리처분계획을 최초로 수립하는 경우에는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위탁하여야 하지만, 그 후에는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도 무자격자의 관여가 허용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요컨대, 도시정비법을 위반하는 경우 이는 형벌이 부과되는 범죄를 구성하게 되고, 그 죄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위반죄가 되므로 당연히 범죄와 형벌을 규율하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등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합목적적 해석까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 바, 법 문언의 사전적 의미에만 국한하여 해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입법취지와 목적 및 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에 따라 법 문언을 해석할 수는 있습니다.

정비사업에 관한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하여금 정비사업의 시행을 대행할 있도록 한 취지와 목적을 감안하고, 관리처분계획이 조합원 등의 권리의무와 법적 지위에 직접적이며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반드시 그 수립과 변경에 있어 조합총회의 의결을 거치고, 관청의 인가를 받도록 한 취지를 고려하는 한편, 경미한 변경의 경우 관청에 신고하는 것으로 족하며, 나아가 도시정비법 시행령에서 경미한 변경의 경우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범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의 변경’을 포함하여 해석하더라도 이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 금지 원칙에 저촉되지 아니한다는 것입니다.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의 ‘변경’은 변경이라는 그 문언에도 불구하고 실질은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위 사안에서 조합장인 피고인 1은 최초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등록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그 대행을 맡겼을 터인데, 무슨 이유로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할 때에는 또다시 무등록 정비업자를 새로이 선정하여 변경 업무의 대행을 맡긴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바, 도시정비법에 정통하고 날카로운 검사가 수사를 하였더라면 관리처분계획의 변경 업무를 기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아닌 새로운 정비업자에게 위탁한 것 자체에 대해 배임의 소지가 있지는 않는지 수사하였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배임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대법원(2018.2.13. 선고 2017도17627 판결)은, 회사의 대표가 회사로 하여금 다른 사업자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 적정한 용역비의 수준을 벗어나 부당하게 과다한 용역비를 지급하게 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용역비와 적정 수준의 용역비 사이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가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하였는데, 다만 해당 용역비가 적정 수준에 비하여 과다하다는 사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방법이나 기준을 통하여 충분이 증명되어야 하고, 단지 더 낮은 수준의 용역비로 정할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한 것이 있습니다.

통상 최초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기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변경 업무의 대행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경우 별도의 용역비가 없거나 새로운 정비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것보다는 용역비가 현저히 저렴하다는 사정을 입증하고, 나아가 도시정비법을 위반하여 무등록 업체에 변경 업무의 대행을 맡겼다는 사정까지 보태어 본다면, 위 사안은 조합장인 피고인 1의 업무상배임죄 또한 성립할 수 있었던 사안이고, 그 경우 더욱 중한 형벌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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