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8일 시공자 선정 세부기준을 내놨다. 올해 7월 1일부터 시공자 선정 조기화를 골자로 한 조례개정에 따른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업계에서는 조합원 의결정족수에 대한 시의 자의적인 해석과 공사비 상승 여지 등을 우려하면서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공자 선정 기준 개정안은 총액 입찰방식 도입, 개별홍보 금지, 대안설계 범위 위반시 입찰 무효 등이 핵심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조합원 과반수 찬성’에 대한 해석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시는 조례에서 정한 ‘전체 조합원 과반수 동의’ 요건에 대해 건설사가 득표해야 하는 수치로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경쟁이 성립될 경우다. 2개사 이상이 경쟁을 펼치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시의 조례 해석은 사실상 일반경쟁에 원칙을 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도입 취지에도 정면 배치된다. 

‘조합원 과반수 찬성’에 대한 시의 해석은 상위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도 정하고 있지 않아 법령 위임 규정에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총액 입찰방식 도입을 예고하면서 책임 회피 논란도 일고 있다. 시공자 선정 기준 개정안은 지난 7월 1일 조례 시행 이전에 일찌감치 공개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올초 조례 개정에 나선 지 약 6개월 만에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시공자가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공사비를 산정해 일괄 입찰하는 방식인 턴키 또는 조합직접 분리발주 등이 거론됐다. 공사비 상승 여지를 줄이기 위해 내역입찰을 고수하겠다는 시의 의지가 담긴 것인데, 결론은 총액 입찰방식을 도입하면서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시공자를 빨리 선정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명분 같지만, 시의 고민은 깊었을 수 있다. 

고급화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특화적용에 따른 공사비 상승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내역입찰만을 고수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내역입찰 고집을 꺾고 도입한 총액 입찰방식도 책임 회피를 위해서라는 의혹도 나온다. 향후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은 조합이 알아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개정안은 행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중 시행될 전망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시공자 선정 조기화 세부기준이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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