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가 담당하던 조합의 조합장이 직을 내려놓았다. 조합 정관에서는 후임자 선출 전까지 사임한 조합장이 직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으나, 해당 조합장은 사임 이후 조합에 출근하지 않는 등 조합에 직무수행 의사가 없음을 객관적으로 밝혔다. 조합장이 공백 상태가 되자 조합에서는 조합장 사임과 관련한 여러가지 논쟁들이 있었는데, 이를 소개하도록 한다.

먼저, 사임서에 조합장의 인감 날인 및 그 인감증명의 첨부가 없어도 사임의 효력이 유효하게 발생하는지의 문제가 있었다.

조합장과 조합의 관계는 위임 관계로 보는 것이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인바 조합장사임의 효력발생시기는 민법규정에 따라 정해지는데, 우리 민법상 법률행위의 방식은 불요식이 원칙이기 때문에 정관 등에 사임에 특정한 방식을 필요로 한다는 규정이 없는 한 사임서에 조합장의 인감도장 날인이나 인감증명의 첨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17109 판결도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사임의 효력발생에 사임등기가 필요한지도 문제가 되었는데, 사임등기를 완료하지 아니한 이상 여전히 조합장으로서 지위를 가진다는 견해도 일부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사임등기를 완료하지 아니한 이상 여전히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이사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라는 일부 판례들을 인용한다. 

그러나 이는 번지수가 틀려도 너무 틀린 판례들이다. 등기에는 일반적 효력으로 공시력이 있다. 공시력이 있기 때문에 계약과 같은 거래관계에서는 등기부의 기재상태를 존중할 수 밖에 없고, 반대 견해자들이 제시하는 판례도 이러한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 몇몇 특정한 등기에는 창설적 효력이 있는데 회사 설립등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법원은 임원등기는 등기함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효력을 가질 뿐, 그로 인한 창설적 효력은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다. 

등기에 창설적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사임의 효력발생에 사임등기가 필요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법리적으로 흡사한 구조인 조합장 해임사례에서도 법원은 조합장이 해임되면 등기여부와 관계없이 즉시 해임되고 업무가 정지된다고 본다는 점도 참고할만 한다. 

마지막으로 미등기된 조합장 직무대행자의 권한 문제다.

정관 규정에 의한 직무대행자는 법률상 등기사항이 아니므로 이를 등기할 수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조합장 직무대행자는 대외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정관상의 직무대행자 제도는 조합장 1명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조합의 정상적인 업무집행이 어렵게 된다면 결국은 전체 조합원들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조합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령이나 정관에서 특별히 권한을 제한하지 않는한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취지에서 법원도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따라 선임된 직무대행자와는 달리 정관에 의해 선임된 직무대행자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조합장의 권한과 같다고 보았다.

직무대행자는 법률상 등기사항이 아니므로 이를 등기할 수 없음에도, 직무대행자 등기 없이 대외적 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실무상 필요에 의하여 도입되어 있는 정관상의 직무대행자 제도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

결국 조합 정관에 따른 조합장 직무대행자는 직무대행자 법인 등기 경료와 관계없이 조합장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