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 또는 군수(이하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기본계획에 적합한 범위에서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구역에 대하여 정비계획을 결정하여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제8조 제1항), 동법 시행령은 재개발정비사업을 위한 정비계획은 노후·불량건축물의 수가 전체 건축물의 수의 3분의 2 이상인 지역으로서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지역에 입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제7조 제1항 별표1), 위 규정들에 따른 재개발사업을 위한 정비계획 입안의 기본요건인 노후·불량건축물의 비율 충족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도시정비법에 의한 “노후·불량건축물”을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도시정비법이 노후·불량건축물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 조례에 위임하고, 당해 조례가 건축연한을 기준으로 노후·불량건축물을 규정하고 있다면, 노후·불량의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건축연한의 도과여부만을 기준으로 노후·불량건축물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 정비계획을 입안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관련 판례=원칙적으로 도시정비법은 ① 건축물이 훼손되거나 일부가 멸실되어 붕괴, 그 밖의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건축물(가목), ②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아니한 건축물 중 중대한 기능적 결함 또는 부실 설계ㆍ시공으로 구조적 결함 등이 있는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나목), ③ 주변 토지의 이용 상황 등에 비추어 주거환경이 불량한 곳에 위치하고,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경우 건설에 드는 비용과 비교하여 효용의 현저한 증가가 예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 또는 지방자치법에 따른 서울특별시ㆍ광역시 및 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조례로 정하는 건축물, 그리고 ④ 도시미관을 저해하거나 노후화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ㆍ도조례로 정하는 건축물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축물을 “노후·불량건축물”로 정의하고(제2조 제3호), 동법 시행령을 통하여 위 규정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제2조).

도시정비법에 의한 “노후·불량건축물”의 판단기준 및 그에 따른 정비계획의 입안요건 충족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사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시정비법 제2조 제3호 라목이 “도시 미관을 저해하거나 노후화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하는 건축물”을 노후·불량건축물 중 하나로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제2조 제3항 제1호는 “준공된 후 20년 이상 30년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기간이 지난 건축물”이 위 규정에 따른 건축물 중 하나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시·도조례 관련 규정이 20년 이상 30년 이하의 범위에서 주택의 종류에 따라 그 기간을 정하고 있는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들은 정비구역의 지정권자가 정비구역 내 건축물들이 실제로 노후·불량한지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단지 도시정비법 시행령 및 시·도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건축연한만을 기준으로 노후·불량건축물을 판단했다는 이유로 정비구역의 지정권자의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처분이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① 도시정비법 제2조 제3호 라목이 2017. 8. 9.자로 도시정비법이 전부 개정되기 전에는(이하 ‘구 도시정비법’) “도시미관을 저해하거나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 등이 있는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하는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전부 개정된 이후에는 “도시미관을 저해하거나 노후화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하는 건축물”로 규정함으로써, 건축물의 구조적 결함여부와 관계없이 도시미관을 저해하거나 노후화된 건축물로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건축물을 노후·불량건축물로 정의한 점, ② 도시정비법 제정 당시부터 현행 도시정비법까지의 동법 제2조 제3호 라목의 입법 연혁을 살펴보면 “도시미관의 저해, 건축물의 기능적 결함, 부실시공 또는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 등으로 인하여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축물”, “도시미관의 저해, 건축물의 기능적 결함, 부실시공 또는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이 있는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하는 건축물”, “도시미관을 저해하거나 노후화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하는 건축물”로 개정되었다가 현행 규정까지 이르렀다는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도시정비법은 지속적으로 위 규정에 의한 노후·불량건축물의 요건을 완화해온 점, 그리고 ③ 정비구역의 지정 및 정비계획의 고시는 정비사업의 시행 여부 및 그 내용을 결정하는 행정계획으로서 관할 행정청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설령 정비구역의 지정권자가 건축연한을 기준으로 노후·불량건축물의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당해 처분에 관하여 이익형량을 누락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결론=본 사안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구 도시정비법이 제2조 제3호 라목에 관한 규정을 “도시미관의 저해, 건축물의 기능적 결함, 부실시공 또는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 등으로 인하여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 조례로 정하는 건축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당시에는 대법원이 준공된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법하며, 건축연한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현장조사 등을 통하여 개개 건축물이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인지 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바 있어, 위 사안의 원고들 역시 같은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근거로 위법성을 주장하며 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원은 현행 도시정비법 제2조 제3호 라목에 의한 “노후·불량건축물”의 정의 및 개정취지와 연혁에 비추어 보았을 때, 위 대법원 판례는 구 도시정비법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현행 법률 하에서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면서 원고들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고,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 도시정비법 제2조 제3호 라목에 의한 노후·불량건축물의 판단 기준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이 존재하지는 않으나(심리불속행기각판결은 있음), 위와 같은 취지의 하급심 판결 선고가 거듭되고 있다는 점 역시 참고할 만하다.

다만 위 사안에서도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비단 건축연한 외에도 건축물의 주용도, 주구조, 준공일자 등에 관한 기초자료조사를 하였고, 건축물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현장조사도 실시하여 그에 대한 자료를 현출한바 있어,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가급적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당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처분을 하였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로서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장차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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