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장 김철수는 등록 정비업체 ㈜등록정비 대표 박영수와 정비사업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무등록 정비업체 ㈜무등록정비 대표 이광수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의 홍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홍보요원 65명과 임시총회 홍보를 위한 개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한편, ㈜무등록정비 대표 이광수는 위 용역계약에 따른 업무 중 시공사 선정을 위한 2017. 9. 27.자 임시총회 대행 업무를 ㈜등록정비에 위탁하는 내용의 총회진행 외주업무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제로는 ㈜무등록정비가 사실상 정비업무에 해당하는 업무를 포괄하여 모두 수행하였으며, 다만 형식적으로 조합의 이사회,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등록정비에 임시총회 대행업무를 위탁하고, ㈜등록정비가 ㈜무등록정비에 재위탁한 것이라는 외관을 갖춘 것입니다.

그런데, ㈜무등록정비가 실제로 행한 업무는, 임시총회의 준비부터 총회에 수반되는 용역발주, 서면결의서 징구, 투개표사무에 이르기까지 총회 개최를 위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후 조합은 시공사인 ㈜시공에 임시총회 비용을 청구하면서 ㈜무등록정비에 지급할 것을 요청하고, ㈜등록정비는 임시총회 비용을 전혀 지급받지 않았으며, 심지어 ㈜무등록정비에 지급된 위 임시총회 비용이 형식상 ㈜등록정비를 통해 지급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위와 같은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무등록정비가 수행한 임시총회 대행 업무가 보조적 사실행위에 불과하므로 무등록 정비업체라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업무로서 도정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며, 만약 무등록 정비업자는 수행할 수 없는 정비사업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무등록정비가 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이라고 한다면, ㈜등록정비가 이를 다른 업체인 ㈜무등록정비에게 재위탁하였다는 취지의 별도의 공소사실과 서로 모순되는 것으로서 적어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임시총회의 안건이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및 협약 체결의 건’으로서 시공사 선정 업무의 지원에 관한 업무의 대행에 해당하며, ㈜무등록정비가 수행한 구체적 업무의 내용이 총회 서면결의서 제출 안내를 위한 인력공급, 총회 투개표 관련 안내 및 관리 등을 위한 인력공급, 총회 행사진행 장소섭외 및 장비렌탈 등으로서 사실상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 해당하는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이광수가 운영하는 ㈜무등록정비가 직접 그리고 포괄적으로 임시총회 대행업무를 수행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국 위 사건에서, ㈜무등록정비 및 대표 이광수와 조합장 김철수는 ㈜무등록정비가 등록하지 아니하고 조합으로부터 시공사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에 관한 업무의 대행 등 정비사업을 위탁받아 처리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등록정비 대표 박영수는 시공사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 등 정비사업을 다른 용역업체인 ㈜무등록정비 및 그 직원인 이광수에게 수행하도록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등록정비는 그 대표이사인 위 박영수가 위와 같이 법을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각각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법원은 조합이 65명 홍보요원들과 개별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하여는, ㈜무등록정비 및 그 대표 이광수가 홍보요원들을 교육하고, 출근을 관리하고, 홍보요원들이 지급받은 용역비 일부를 ㈜무등록정비 직원에게 반환하거나 일부 홍보요원들이 서면결의서를 징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을 고려하면 앞서 본 것처럼 ㈜무등록정비가 도정법이 금지하는 정비사업을 위탁받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결론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즉, 법원은 조합과 ㈜등록정비 사이에 체결된 정비용역계약에 의하더라도 조합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여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는 점, 이에 따라 조합이 직접 홍보요원들과 개별용역계약을 체결한 점, 조합이 투입된 인원을 기준으로 일당을 지급한 것으로 보아 단순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도정법 제102조 제1항은 정비업자가 정비업무를 위탁받고자 하는 경우 등록하라는 규정일 뿐 등록된 정비업자가 모든 정비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닌 점(다시 말해 조합이 정비업자에게 위탁하여 대행하도록 한 것은 직접 수행하는 대신 정비업자에게 위탁하여 대행하도록 하는 등 업무수행 방법을 정한 것으로서 결국 도정법 제102조 제1항의 업무가 조합의 업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것임), 단순 노무만을 수행하는 경우까지도 등록된 정비업자만이 이를 수행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경우 사실상 모든 업무를 등록 정비업자를 통해서만 해야 한다는 결과가 되어 비현실적이며, 정비업자를 등록하도록 한 법 규정 취지에도 맞지 않고, 달리 조합장과 ㈜무등록정비 대표 이광수가 개별 홍보요원에게 개별적으로 단순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에 관한 업무를 직접 그리고 포괄적으로 수행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만큼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상 서울중앙지법 2020고단9126 판결)

위 사건에서 보다시피 조합장은 등록 정비업체와도 정비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무등록 정비업체와도 홍보용역이라는 이름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나아가 개별 홍보요원들과도 개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이러한 경우 조합원들은 물론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 및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자체로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도정법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행정·설계·시공·감리 등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이에 따라 도정법 제102조 제1항은 정비업자의 업무 범위를 정한 것이고, 도정법 제138조 제1항 제5호는 위 업무를 다른 용역업체 등에 재위탁하는 행위를 처벌의 대상으로 한 것인바, 이러한 도정법의 체계·내용·문언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도정법 제10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는 조합설립 또는 정비사업의 시행 여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하여 정비사업이 시행 과정에서 조합원 등의 권리·의무·법적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동의 또는 총회 의결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22도1486 판결)고 판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도정법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등록하게 하며, 등록한 정비업자가 아니면 정비사업을 위탁받아서는 아니 되며, 위탁받은 정비사업 업무를 재위탁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게 한 법의 취지를 법 제정 이유 및 법률의 체계 속에서 해석하고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인데, 위 사례에서 조합장 김철수와 ㈜무등록정비의 대표 이광수 등은 최소한의 방어논리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도 않았고, 자신들의 불순한 의도를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은 채 법 위반행위를 감행한 것으로서, 다만 무죄 판결 이유에서 보듯이 법에도 틈새가 있고, 형사소송에 있어서 증명의 정도에 관한 원칙들을 파고들며 가까스로 일부 혐의사실에 대하여는 의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나, 사실은 정비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미리 철저히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더라면 수사를 받는 일도 재판과 형사처벌을 받는 일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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