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불통행정에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을 준비하던 주민들이 지난달 28일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행정예고도 없이 사업 추진 근거인 장기전세주택 건립 운영기준을 강화시키면서 재개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앞서 시는 지난 6월 30일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 운영기준’을 개정했다.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노후건축 비율을 기존 40%에서 60%로 상향시키고, 사전검토 접수 동의율도 50% 충족 외에 토지면적 40% 이상의 비율을 채우도록 정했다. 면적 최대한도도 기존 3,000㎡이상이면 추진 가능했지만 2만㎡로 설정했다. 이는 가장 걸림돌로 꼽히는 요소다. 다만 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3만㎡까지는 추진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3만㎡ 이상인 사업장은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사업 추진을 준비 중인 곳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사업 추진 출발선에 서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을 준비하고 있던 사업장들 중에는 운영기준이 강화되기 전 사전검토 접수를 위한 동의율 50%를 이미 충족한 곳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제도 적용 일몰시한이 오는 2024년까지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 사전검토를 잠시 미뤄놨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사업 전반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통해 동의율을 더 충족하는 등 원활한 재개발 추진을 위한 제반요건을 탄탄하게 갖추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시의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 운영기준 ‘기습시행’에 이러한 계획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사전검토 접수를 위한 동의율을 채우고도 강화된 기준이 즉각 적용되면서 재개발 추진이 어려워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 전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등 유예기간을 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소한 동의율 50%를 충족한 곳들의 경우 기준이 강화된다는 점을 미리 알았더라면 사전검토 접수를 서둘렀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비용과 시간, 행정력 등에 대한 낭비로 돌아온 물리적·심적 부담은 고스란히 추진주체가 떠안게 됐다.

시는 기반시설 부족, 사업유형 중첩 등의 문제에 따른 행정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도권 안에서 순조로운 재개발 추진을 구상했던 추진주체들의 계획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지금이라도 불통행정을 청산하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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