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가입제를 택하고 있는 재건축에서는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만 조합원이 된다. 그러나 언제까지 조합설립에 동의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도시정비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는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재건축조합 표준정관에 따라 대부분의 재건축조합 정관에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

이런 규정을 둔 재건축조합의 경우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는 조합에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나아가 매도청구소송이 이미 확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하급심 판례는 갈렸다.

우선, 매도청구권이 이른바 ‘형성권’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이상 분양신청기한 전에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한 것만으로 곧바로 조합원의 지위를 취득할 수는 없다고 본 판례.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미동의자는 매도인으로서 조합에 소유권을 이전시킬 의무를 부담할 뿐이며, 그 후 조합이 매도청구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유지한 이상 이미 체결된 매매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미동의자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한 것만으로 곧바로 조합원의 지위를 취득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에서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관리처분계획 공람 전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정관 규정은 조합설립 미동의자들에게 이미 성립한 매매계약의 효력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키고 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취지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일종의 시혜적 조치로서 조합설립 미동의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 정도로 본 것.

이와 반대로,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는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다’하는 정관 문언에 천착하여 조합의 매도청구권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조합설립 미동의자는 정관에서 정한 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조합원이 된다고 본 판례도 있었다.

정관에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도 정관에 정한 분양신청기한까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된 이상,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경우라 하더라도 분양신청기한 이전에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조합원의 자격을 적법하게 취득하였다고 판시했다.

갑론을박 끝에 결국 대법원은 후자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나아가 최근에는 “주택재건축사업 시행자인 피고가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사업 구역 안의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매매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더라도,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토지등소유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토지등소유자는 분양신청기간까지 피고를 상대로 조합설립에 동의함으로써 피고의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재건축 조합원 가입이 언제까지 가능한지에 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의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면서 이제 어떤 판결이 더 논리적인지 따지는 것은 무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조합 정관은 조합과 조합원에 대해서만 구속력을 가지는 자치법규인데,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애초에 조합원이 되었던 적이 없는 미동의자들에게 조합 정관이 적용되는 근거가 무엇인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여전히 법원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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