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정비사업조합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간에 체결되는 용역계약을 ‘추진위원회’단계에서 체결할 경우 ㉠조합설립 이후의 업무 내용을 포함한 부분의 효력 및 ㉡조합설립 이후 포괄승계 가능성 여부에 관하여 현재 하급심 판결례는 무효설(승계부정설)과 유효설(승계 긍정설)이 치열하게 엇갈리고 있고 이에 관하여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각각의 입장의 논거를 살펴보고 실무상 해결방안을 살펴본다.

2. 무효설(승계부정설)의 입장=조합의 업무 내용을 포함한 부분에 한하여 효력이 없고 그에 따라 해당 부분이 추후 조합설립 이후 승계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고, 주요한 논거로는 다음과 같다.

①도시정비법령에 따르면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는 조합을 설립하여야 하는데 다만 조합설립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원회는 조합을 설립하고 인가받는데 필요한 정도의 기능 또는 업무만을 수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②추진위원회 업무 중 하나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을 들고 있기는 하나 추진위원회의 기능 또는 업무의 성격,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을 조합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추진위원회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③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에 앞서 조합의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까지 업무권한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도시정비법령상 규정들을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계약의 체결은 이후 설립되는 조합의 조합원들에게 경제적·법률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후의 사업진행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도시정비법령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에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두고 있는 점까지 보태어 본다면 추진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을 규정한 도시정비법 규정은 강행규정으로서 이에 위반되는 부분은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에 해당한다 ④조합설립인가처분은 단순한 보충행위가 아니라 설권적 처분이므로 조합설립인가 전에 개최된 창립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조합의 결의가 아니라 주민총회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결의에 불과하고 조합이 설립인가처분을 받은 이후에 개최된 총회에서 이를 추인하는 결의가 없었으므로 역시 무효를 면치 못한다(서울고등법원, 대구지법 서부지원, 청주지법 판결등 참조). 법제처 유권해석(2019.9.6. 19-0206)도 동일한 취지이다.

3. 유효설(승계 긍정설)의 입장=조합의 업무 내용을 포함한 부분도 모두 유효하므로 해당 부분이 추후 조합설립 이후 승계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주요한 논거로 다음과 같다.

①도시정비법령은 추진위원회의 업무 중 하나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을 들고 있고 운영규정 제5조에서는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는 총회에 보고하여야 하고 이후 조합이 포괄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운영규정 제6조는 추진위원회 업무범위를 초과하는 계약 등은 조합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은 추진위원회의 기능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가리켜 추진위 업무범위를 초과한 것으로서 승계가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 ③도시정비법 규정은 추진위원회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을 강제하고 있지 않으므로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지 아니하고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한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및 변경을 조합총회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지 않았으나 이후 조합이 새로 선정하려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봄이 적절하다. ④만일 창립총회의 승계결의만으로 부족하다면 조합설립이후 총회를 개최하여 용역계약의 포괄승계 여부 등을 의결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서울행정법원, 전주지법, 대전지법 판결등 참조).

4. 검토=위 논거들을 살펴보면 양쪽 의견 모두 수긍할만한 요소들이 있어 추후에 대법원에서 명시적인 입장 정리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으로 보이고(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임), 종국적으로는 도시정비법의 개정으로 해결할 사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해결되기 이전까지는 조합설립 이후 총회를 열어 기존의 용역계약을 추인하는 방법이 가장 간명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①하급심 판결은 무효설(승계 부정설)과 유효설(승계 긍정설) 중 어느 관점에 따르더라도 조합설립 이후에 총회의 추인을 득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으며 그러한 추인의 효력을 모두 긍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조합설립인가를 득한 후 기존의 정비사업자와의 용역계약을 추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거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새로운 정비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어 현실에 적합지 않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점 ③대법원은 조합총회의 의결권 범위에 관하여 “총회는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서 조합과 관련된 업무에 관하여 폭넓은 범위에서 의결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진다”(대법원 2020.9.3. 선고 2017다218987, 2017다218994(병합)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고 있다는 점 ④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데 경쟁입찰을 거치게 한 입법취지가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당한 유착을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조합설립인가 후 총회를 개최하여 ㉠추진위 단계에서 (경쟁입찰을 거쳐 선정된) 정비업자를 추인할지 아니면 ㉡새로운 정비업자를 선정할지 여부를 안건에 상정하여 결의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정비업자를 선정하는데 경쟁입찰을 거치게 한 취지를 잠탈하는 것이라거나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면 무효설(승계 부정설)과 유효설(승계 긍정설)의 어느 관점에 따르더라도 용역계약을 조합설립 이후 총회에서 추인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합설립인가 이후 총회를 개최하여 기존의 용역계약을 추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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