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정비사업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조합원 부담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불과 2020년만 하더라도 3.3㎡당 공사비는 약 500만원 수준이었지만, 이제 약 800만~90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공자를 선정한 곳들도 예외는 아니다. 시공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조합에 공사비 상승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 상승 근거에 대한 명확한 세부내역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의 경우 지난 2020년 현대건설과 3.3㎡당 약 512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687만원, 올해 약 900만원으로 연달아 증액을 요구했다. 최초 선정 당시보다 무려 43%가 넘는 수치다. 공사비의 절반 가까이를 올려달라고 하면서도 상승 근거를 세세하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인근 북아현2구역 역시 삼성물산·DL이앤씨 선정 당시 공사비는 3.3㎡당 약 490만원이었다. 현재는 859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 명목으로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가격 및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 외에 조합이 납득할만한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특히 홍제3구역에서 현대건설은 조합에 공사비 상승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단 한 장짜리 공문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시공자의 일방적인 처사라고 토로한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무려 40% 이상 대폭 오르는 셈이다. 경제적인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상 세부내역을 공개하고, 적극 설득에 나서도 납득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인상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조합은 사업기간 지연을 감안하면서도 계약해지를 예고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반면 시공자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시공자 입장은 세부적인 근거도 없이 공사비 인상을 받아들이라는 식이다. 공사비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사업에서 손을 놓겠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는 기간 지연에 따른 비용증가 부담 등은 고스란히 조합 몫으로 남는 셈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사회적 책임이나 노블리스 오블리주 같은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시공자의 공사비 인상 요구는 조합만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맹목적인 이윤 추구에만 집중하면서 세부적인 근거 없이 공사비 인상만을 요구하는 행위는 잘못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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