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재 위원장 | 과천 부림마을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정흥재 위원장 | 과천 부림마을 재개발 [사진=심민규 기자]

경기도의 대표적인 재건축 도시인 과천시에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과천시는 과천주공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이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반면 재개발의 경우 주암동 장군마을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부림마을이 기본계획 수립 절차에 착수하면서 과천시의 재개발 시대를 열고 있다. 기본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서 접수를 시작한지 불과 2개월 만에 주민 75%가 동의한 것이다.

특히 이른바 OS요원으로 불리는 용역업체의 도움이 없이 주민들이 직접 나서 동의율을 충족한 것이어서 재개발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림마을 재개발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흥재 추진준비위원장을 구심점으로 주민들이 합심한 결과인 셈이다. 정 준비위원장을 만나 부림마을 재개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부림마을 전경 [사진=심민규 기자]
부림마을 전경 [사진=심민규 기자]

▲과천시는 과천주공아파트가 주거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부림마을’이라는 지명이 다소 생소한데=부림마을은 과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부터 마을이 형성된 곳이다. 당시에는 농사를 짓거나, 관악산의 나무를 땔감으로 만들어 서울에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과천이라는 도시가 형성되기 전에 말 그대로 ‘과천 토박이’가 거주했던 곳이다. 이후 과천정부청사와 서울대공원 등이 조성되면서 부림동 일대도 택지개발이 진행됐다. 과천주공이 들어선 아파트지구와는 달리 단독주택지로 개발되면서 70~80평대의 주택들이 건설됐다. 마당이 있는 대형 단독주택이 밀집했던 부림마을은 부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주택들이 노후화했고,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커지면서 현재는 저평가 지역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과천정부청사가 개발된 시기에 택지개발이 이뤄졌다면 주거지가 형성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현재 부림마을은 어떤 상황인지=지난 1980년대 초반에 택지가 개발된 만큼 4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갔다. 일부 주택은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등으로 다시 지어졌지만, 상당수는 노후화된 주택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는 100년 앞을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건설 기술이 발달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현재도 지붕에 기와나 양철을 얹은 주택이 있을 정도로 낙후된 상황이다. 여기에 양재천 인근에 위치한 저지대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침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호우가 집중되는 장마철에는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 살고 있는 집에 물이 넘쳐 구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단순히 주택이 낡아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재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시에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부림마을은 택지개발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과거에도 다양한 개발사업이 진행됐었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주민들이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다. 결국 마을이 낙후되면서 아파트지구와는 반대로 평가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후 시가 층수를 5층으로 상향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일부 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건설하자 땅값이 상승하면서 개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주민 20여명과 함께 재개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게 됐다. 주민들의 호응이 커지면서 6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동의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과천시에는 재개발과 관련한 도시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만큼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 동의를 진행한 것이다.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아 75% 이상이 동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신청을 마친 상태다.

부림마을 준비위원회 출범 사진 [사진=부림마을 추진위원회 제공]
부림마을 준비위원회 출범 사진 [사진=부림마을 추진위원회 제공]

▲단기간 내에 주민 동의율을 확보했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마을 내 어르신들로 구성된 원로회를 비롯해 통장, 일반 주민들까지 동의 업무에 동참해주셨다. 마을 발전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해주신 것이다. 통상 재개발 동의 업무는 주민들을 찾아가 동의서를 징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 마을은 봉사자들이 주민들을 찾아가 재개발에 대한 설명하고, 주민들이 직접 사무실에 오셔서 동의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동의 업무가 진행됐다. 특히 재개발에 동의하신 분들이 10만원씩 모금해주시고, 원로회에서도 지원해주신 덕분에 사업추진에 필요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주민들이 보내주신 비용은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식사비용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최단 기간에 동의율을 확보한 것은 물론 사업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기까지는 준비위원장의 역할도 컸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재개발에 대해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아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주민들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에서 진행하는 정비사업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과천 재개발의 선배격인 주암동 장군마을도 방문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했다. 개인적으로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공부도 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재개발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진행절차, 개략적인 사업성 등을 설명해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사무실을 저녁 7시까지 개방해 편한 시간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화로도 궁금증을 해소해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하루에 적게는 30통, 많게는 50통 이상의 통화를 하다 보니 목이 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주민들이 재개발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아무래도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재개발의 사업성일 것 같다. 준비위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현재는 재개발의 시작 단계인 만큼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높은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향후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는 약 36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개발사업을 통해 건설할 수 있는 아파트는 약 1,600세대 이상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대형 지분을 소유하셨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 대비 신축 세대수가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주민들이 1+1 분양을 받더라도 많은 물량을 일반분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구역 내 학교나 대규모 종교시설 등이 없고, 3면이 개방되어 있다는 점에서 재개발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조권에 제한이 걸리거나, 아파트의 조망을 가리는 요소가 없는 만큼 설계나 배치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높은 사업성을 확보한 동시에 실제 생활에 있어서도 편리한 최고급 명품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다고 본다.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부림마을은 과천에서도 서울과 가까운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만큼 최고의 입지조건과 사업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민동의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난 15일 부림마을 재개발 준비위원회 출범해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업무에 들어갔다. 준비위는 깨끗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업을 추진해 주민들에게 신뢰 받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재개발로 인해 희망이 생긴 부림마을이 보다 좋은 곳으로 탈바꿈하는 날까지 많은 협조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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