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도 무너졌다고 하는데 혹시 우리 아파트도 그럴까봐 걱정되죠. 무엇보다 안전성이 우선 아니겠어요?”.

이른바 ‘무량판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인천 A현장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순살 아파트’라는 비아냥과 함께 해당 사업장에서 채택했던 ‘무량판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당초 1980년대 우리나라는 1기 신도시 등 대량 주택 공급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공사기간이 짧은 벽식 구조를 적극 활용했다. 이에 따라 현재 재건축 시기가 도래한 1980년대 아파트는 대부분 벽식 구조로 시공된 단지들이다.

지만 벽식 구조의 단점인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민 갈등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층간소음 절감에 강점을 보이는 무량판 구조, 라멘 구조를 도입하게 됐다.

특히 정부는 두 가지 공법을 적용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장려책을 폈다. 다만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삼풍백화점, 광주 화정, 인천 검단 붕괴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자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무량판 구조는 무엇인지, 또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조명해봤다.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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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무량판·벽식·라멘구조… 3대 아파트 공법은 무엇인가?=붕괴사고 등으로 무량판 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중들의 건축 공법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우리나라 건축공법은 최근 이슈인 무량판 구조와 함께 벽식 구조, 라멘 구조(기둥식 구조) 등 크게 3가지가 주류를 이룬다.

먼저 무량판 구조는 없을 無(무), 대들보 梁(량)이란 문자 그대로 대들보가 없는 대신 기둥이 슬래브와 직접 연결된 구조를 말한다. 보 없이 기둥만으로 슬래브를 지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슬래브는 건축물의 천장이자 바닥, 보는 이동하는 하중을 지지하는 골조식 구조다. 초기에는 교량건설에 사용되던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건축물, 지하주차장 건립 등에 널리 쓰인다.

최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가 채택했다. 실제로 아파트 건축 트렌드로 급부상했고, 지난 2017년 이후 전국에 이 공법으로 건립된 단지는 293곳에 달한다.

벽식 구조의 경우 기둥이나 보 대신 내력벽이 슬래브를 받치는 공법으로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적용 단지의 예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있다. 라멘 구조는 기둥과 보가 함께 슬래브를 지지하도록 건설하는 방법이다. 주로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 아파트에 이 공법이 적용됐다.

 

▲용적률 인센티브까지… 정부에서도 장려한 무량판 구조의 장·단점은 무엇인가=한때 정부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해 시공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활성화 정책을 내놨다. 실제로 ‘100년 주택’으로 불리는 장수명 주택을 장려하기 위해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에 용적률·건폐율을 완화해주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벽식·라멘 구조의 장점이 혼합됐다는 평가가 주효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3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일정 이상의 장수명 주택 인증을 받으면 용적률·건폐율을 110% 범위까지 완화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어 2016년에는 장수명 주택 용적률·건폐율 인센티브를 기존 110%에서 115%로 상향 조정하는 입법예고를 공고하는 등 장려책을 펴왔다.

무량판 구조는 먼저 공간 활용도, 층간소음 절감 등이 우수하다. 또 라멘 구조보다 건축비 절감, 공기 단축에 용이하다. 물론 단순 경제성 측면에서는 대량 주택 신속 공급을 위해 도입됐던 벽식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 시간 측면에서 유리한 공법은 아니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역할을 슬래브가 해주어야하는 만큼 철근 등 건설자재가 많이 필요해 벽식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설비가 높지만 라멘 구조보다는 경제적이다. 하지만 내력벽 없이 기둥으로만 슬래브를 받치는 만큼 벽식 구조에 비해 리모델링도 용이하고, 내부 공간활용이 유리하다. 내력벽이 없어 실내를 넓게 활용할 수 있고 심미성이 높다는 평가다. 라멘 구조도 공간 활용도가 높지만, 무량판 구조는 라멘 구조와 달리 보를 설치하지 않아 층고를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다시 말해 무량판 구조는 공간을 넓게 쓸 수 있고 라멘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사비와 짧은 공사기간, 벽식 구조에 비해 뛰어난 층간소음 절감이 강점이다. 다만 무량판 구조는 불완전 시공 시 펀칭전단 현상에 취약해 과거 삼풍백화점, 지난해 광주 아파트, 올해 인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펀칭전단이란 기둥이 큰 하중이 실려 그 기둥이 닿아있는 바닥이 마치 구멍을 뚫은 것처럼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전문가들, “공법 자체의 문제보다는 시공·설계·감리 등의 문제” 지적=전문가들은 최근 무량판 구조에 대한 우려 확산과 관련해 공법의 문제보다는 시공·설계·감리 등이 문제없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무량판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부위는 기둥과 슬래브를 연결하는 연결부인데, 여기서 전단 파괴가 발생할 수 있기에 당연히 전단 보강근 등 보완이 필요하다”며 “무량판 설계 공법 자체는 문제없고 시공 문제 시 붕괴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실공사 발생 시 건설사의 등록말소· 손해배상 등 강한 제제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에 모 건설사가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택한 것과 같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라고 덧붙였다.

건물을 다 지은 뒤 부실이 확인되더라도 보강작업만 잘 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대단지로 건립되는 현장은 거의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을 것”이라며 “철근이 누락된 현장에 이미 건설이 완료되었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어 사후에 보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해당 공법을 채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주홍글씨’가 쓰여지는 게 아니냐는 건설업계의 우려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공법은 정확한 설계나 시공이 되지 않았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무량판 공법을 사용한 건설사라는 이유만으로 부실 건설사처럼 비춰지는 현실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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