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 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의 수립을 전제로 해당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장기수선충당금을 징수하여 적립하게 되는데(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재건축사업의 추진으로 공동주택의 철거가 예정된 경우 남아 있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처리에 관해서는 현재 공동주택관리법령이나 도시정비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가 없고, 대부분 아파트의 공동주택관리규약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재건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조합이 설립되고 나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던 장기수선충당금을 누구에게 귀속할 것인지에 대하여 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 간 갈등이 생기는 때가 많고, 때에 따라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재건축조합과 상의 없이 내부 의결을 통해 구분소유자들에게 이를 임의로 반환해버리는 사례도 종종 관찰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거주민들이 이사를 가지 않은 상태임에도 장차 재건축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유로 미리 공동주택의 구분소유자들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반환해버리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의 납부의무를 지는 공동주택 전유부분의 소유자와 징수・관리주체인 관리단 사이의 법률관계는 금전 위탁계약의 체결이 강제된 법정 위탁관계에 해당하므로, 장기수선충당금은 위탁재산의 성질을 갖는다. 그리고 그 목적과 용도가 특정되어 위탁된 재산의 징수・적립의 목적이 소멸하는 때에는 위탁관계 역시 종료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탁재산인 장기수선충당금은 위탁관계 종료 시점에 공동주택 전유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에게 반환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장기수선충당금의 징수・적립 목적이 소멸하는 때에는 공동주택이 멸실・철거되는 시점이 될 것이므로, 결국 장기수선충당금은 재건축사업의 시행에 따라 공동주택이 철거되는 당시 공동주택 전유부분을 소유한 자에게 반환됨이 타당하다.

서울고등법원은 위와 같이 장기수선충당금의 반환은 공동주택이 멸실·철거되는 시점에 공동주택 전유부분을 소유한 자에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재건축사업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건축물 철거 시점에 공동주택의 종국적인 소유권이 재건축조합에 있게 되므로 장기수선충당금이 재건축조합에 반환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해당 판결은 장기수선충당금의 귀속과 반환청구권의 발생에 관한 다수 하급심 판결에서 원용되고 있는 바, 재건축사업 추진 시 장기수선충당금이 재건축조합에 최종 귀속되어야 한다는 점은 어느 정도 확립된 법리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합 정관에 조합원의 신탁등기의무 조항을 삽입하지 아니하여 조합원들로부터 신탁등기를 경료받지 않은 재건축조합의 경우에는 공동주택 전유부분에 관한 대내외적 소유권이 여전히 조합원에게 있으므로, 장기수선충당금의 최종 귀속 주체는 조합원 개개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거나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여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여 현금청산대상이 된 구분소유자들의 경우에는 공동주택의 소유권을 종국적으로 상실하게 되므로, 장기수선충당금을 반환받을 권리가 인정될 여지가 없다. 

같은 취지에서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자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현금청산대상자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지급한 행위에 대하여, 이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최종 귀속 주체인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해당 금액 상당만큼 손해를 발생시킨 것이므로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고(춘천지법 2016가단), 유사한 방법으로 현금청산대상자들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반환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 사례도 있다(대전지법 2020노). 재건축사업을 앞두고 장기수선충당금의 처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은 이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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