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 재건축조합에 대한 서울시의 시선이 곱지 않은 모양새다. 설계자 선정 이후 시가 ‘실태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보복성 행정조치라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달 21일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에 ‘조합 운영실태 현장점검 계획 알림’ 공문을 발송했다. 실태점검은 지난달 31일부터 약 2주간 진행된 가운데 조사를 기피하거나 방해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더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태점검이 예견됐던 수순이었다고 분석한다. 공공이 설계자 선정과 관련해 재검토를 이행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면에는 총회를 개최하지 말라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시의 설계자 선정을 골자로 한 총회 중지 의중을 심도 깊게 파악하지 못한 채 강행했다는 게 이번 실태점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시는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희림이 법적 상한용적률을 뛰어 넘는 설계안을 선보였다는 이유로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사기미수 등 자극적인 단어로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희림은 사업성 제고 방안을 제안하도록 한 조합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집중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희림은 선정 당시 용적률도 법적상한에 맞췄다.

압구정3구역 설계자 선정은 공모를 통해 이뤄졌다. 조합원 투표를 거쳐 자의적으로 선택한 부분이다. 그런데 희림을 겨냥했던 시의 날카로운 칼끝이 이제는 설계자 선정 총회 주체인 조합도 겨냥하고 있다.

시는 민간사업에 대한 업체선정 과정에서부터 과도한 행정조치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만약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건축심의 단계에서 반려 등 시정조치를 요구하면 될 일이다.

행정의 사전적 의미는 법의 규제를 받으면서 국가 또는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국가작용을 뜻한다. 

하지만 시는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법적 근거도 없이 희림을 경찰에 고발했다. 조합에 실태점검이라는 보복성 행정조치 역시 공익적 목적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적인 감정에 매몰돼 조합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인·허가권은 칼자루가 아니다. 보복성 행정조치는 사업기간 지연에 따른 분담금 증가 등 조합원 피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시는 행정 정당성에 대한 가치를 높이길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