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조합 조합원 160여명이 조합사무실 앞에서 대안설계 허용 등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현재 조합은 시공자 선정계획안 수정 여부를 두고 동작구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노량진1구역 집회 사진=조합원 제공]
지난 2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조합 조합원 160여명이 조합사무실 앞에서 대안설계 허용 등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현재 조합은 시공자 선정계획안 수정 여부를 두고 동작구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노량진1구역 집회 사진=조합원 제공]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의 재개발 시공자 선정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시공자 선정을 위해서는 선정계획에 대한 공공의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구청과 조합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대안설계 허용과 특정 마감재 사용 금지 등에 대한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조합과 특정 업체와의 결탁설까지 의혹을 제기하며 집행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5일 노량진1구역 재개발조합 사무실 앞에는 주민 160여명이 모여 집행부에 대안설계 허용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조합은 이날 시공자 선정계획안에 대한 찬·반 안건을 다루기 위해 대의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아직 시공자 선정계획에 대한 구청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이 입찰절차를 강행하려 하자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고, 대안설계 허용 여부 등이 포함된 시공자 선정계획 보완을 둘러싼 조합과 구청간에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선정계획안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특정 마감재 사용 금지와 대안설계 허용 등 두 가지로 압축된다.

구청은 지난 7일 ‘노량진1구역 시공자 선정계획안 재송부 및 시공자 선정 진행의 건에 대한 회신’ 공문을 통해 특정마감재 사용이 선정기준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시공자 선정계획안 사전협의 검토결과 회신’ 공문을 통해 해당 내용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지만 수정이 이뤄지지 않아 재차 재검토를 촉구한 것이다.

실제로 논란이 된 부분은 각 분야별 마감재, 사양 등을 포함한 공사비 산출 기준에 특정 업체가 언급됐다는 점이다.

조합이 구청에 제출한 ‘시공자 선정계획서(입찰참여 안내서)’에 따르면 마감재 부문에서 주방가구의 경우 페ooo, 유ooo, 보o, 불o 등이 기재됐다. 비데일체형 벽걸이 앙변기 역시 듀oo 또는 대ooo가 명시됐다. 욕실선반과 악세사리, 전동 빨래건조대도 N사 또는 대ooo 등 각 마감재별로 특정 업체가 거론됐다.

이에 대해 조합은 조합원 이익을 위해 검증된 마감재들로 구성했고, 규격·고급화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구청은 조합원 권익 보호 차원에서 특정 마감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이 설정한 규격보다 더 높은 품질의 마감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게 이유다.

이에 구역 내에서는 특정 마감재 업체가 실명으로 거론되면서 특정 업체와의 ‘결탁’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산 또는 국산 등 포괄적으로 마감재 적용 범위를 넓혀놓고 있지만 노량진1구역의 경우 특정 업체가 언급되자 이들과 조합과의 관계 설정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노량진1구역 집회 사진=조합원 제공]
[노량진1구역 집회 사진=조합원 제공]

다른 문제는 스카이뷰 설치, 옥상 및 조경 특화를 제외한 특화내용 제안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조합이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외관 등 일부를 제외한 대안설계를 차단하겠다는 것인데,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화된 설계를 적용해 명품 아파트로 거듭나기 위한 기회를 집행부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안설계의 경우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의 범위 내에서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규정을 근거로 건설사들은 입찰 과정에서 자사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한 특화설계를 선보이기 마련이다. 즉,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도 자사의 브랜드가 내걸리는 만큼 차별화된 특화설계 제안이 일반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집행부는 대안설계가 의무는 아니며, 사업기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안에 중점을 둔 설계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민들은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시하도록 못 박았는데, 대안설계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게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구역 내 한 주민은 “외관은 물론 층간소음 방지 등을 위해 바닥두께 강화 등 실생활에 필요한 특화설계를 반영해야 한다”며 “하이엔드 브랜드로 공사비 단가는 올라갈 수도 있는 반면, 정작 실속 없는 아파트가 지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구청도 대안설계를 반영하면 분양신청이 장기간 지연되고, 공사비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일부 언론과 민원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나섰다.

구는 지난 25일 ‘노량진1구역 시공자 선정절차 관련 사실관계 설명자료’를 내놨는데, 대안설계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46조에 따른 사업시행계획인가의 경미한 변경에 국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대안설계 제안시 입찰서에 설계도서, 공사비 명세서 등에 대해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하고 공사비 증액도 건설사가 부담하도록 관련 규정에서 정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선택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내 정비사업 행정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비사업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목표로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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