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활황기를 맞이했다. 서울 여의도와 압구정, 목동 등 우수입지에 대어급으로 평가 받는 사업장들은 신탁사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이들은 전문성과 자금조달 능력, 빠른 사업 추진 등을 홍보하면서 정비사업에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사업대행 및 시행방식 정비사업 추진 주민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신탁사의 경우 조합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반면 자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배상 근거는 계약서에 배제하는 등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합의’를 전제로 두고 있는 계약해제도 신탁사가 응하지 않으면 어려운 구조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계약을 해지한다면 손해배상 등의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신탁사로 무궁화신탁이 거론된다. 무궁화신탁은 강원 강릉시 이화연립 소규모재건축사업장에서 예비 사업대행자로서의 업무 미미, 높은 수수료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후 소송으로만 약 8억원을 챙겼다. 

계약해지부터 손해배상까지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무궁화신탁과의 불공정한 계약 내용이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갑’과 ‘을’이 뒤바뀐 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계약해지 절차 등을 제도적으로 명문화시켜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감지한 정부도 신탁사의 지위 남용 등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법제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신탁방식 정비사업 누적액은 5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몸집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면에는 불공정 계약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도입한 신탁방식이 되레 사업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사실 신탁 대행 및 시행방식은 사업성이 다소 낮은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적용할 경우 초기 자금조달이 용이하다는 판단에 도입됐다. 하지만 서울지역 내에서도 사업성이 확보된 곳만 선별적 수주에 나섰고 도입 취지에 어긋났다는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제는 이익만 쫓는 게 눈에 훤히 보이는 불공정 계약으로 업계의 뭇매를 맞고 있다. 주민들의 피눈물과 뒤바꾼 수익창출은 아니었는지 스스로의 행동을 자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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