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국토교통부에서 만든 지역주택조합 표준규약 제12조제3항은 조합원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조합에 손해를 입힌 경우 총회 의결 등의 절차를 통해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구체적인 제명사유로서 ‘부담금 등을 지정일까지 2회 이상 계속 납부하지 않을 경우’(제1호), ‘조합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사업추진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였을 경우’(제2호)를 들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예시에 불과할 뿐 조합이 처한 사정과 필요에 따라 제명사유는 얼마든 다르게 규정하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필자가 수행한 사례 중에 조합설립인가신청에 첨부되는 서류로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제출하라는 조합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아 제명이 된 경우 해당 제명이 적법한지, 이를 조합의 계약 이행거절로 보아 가입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이 있는데,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피고 조합은 2020. 4.경 조합원들에게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려 하니 조합원들은 신청 시를 기준으로 조합원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안내하였고, 그와 별도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게시 등을 통해 ‘설립인가 서류로 조합원들의 인감증명서 2통, 주민등록등본 1통(배우자 분리세대 시 배우자 등본 1통), 주민등록초본 1통(전 주소지 포함), 가족관계증명서 1통을 제출하라’고 통보하였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당초 가입한 아파트 평형이 달라지고 거액의 추가분담금이 발생하게 되었으며, 조합이 요구하는 서류는 가입 당시 이미 모두 제출하였다는 이유를 들며 서류 제출을 거부하였고, 오히려 조합을 상대로 가입계약 해제에 따른 분담금 반환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피고 조합은 2020. 6.경 서류 미제출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①조합은 관할관청과의 협의를 통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바, 조합원들이 조합원 자격이 있는 자임을 확인하는 서류로서 주민등록표등본, 주민등록표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인감증명서를 관청에 첨부서류로 제출하여야 한다. ②일부 조합원들이 제반서류 제공에 협조하지 않아 설립인가 신청서 제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③조합규약 제12조제3항은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조합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해당 조합원을 제명 처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바, 서류 미제출이 지속될 경우 제명 처리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안내하였으나, 일부 조합원들은 서류 제출에 끝내 협조하지 않았다.

피고 조합은 이들 세대를 조합원 명부에서 제외한 채로 2020. 9.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20. 11.경 이사회 제명 결의를 거쳐 2021. 2. 임시총회에서 설립인가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조합원들을 일괄 제명한다는 안건을 심의, 의결하였다. 

3. 법원의 판단

가. 원고의 주장=피고 조합은 원고가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조합규약 제12조제3항에 해당한다면서 원고를 제명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 조합이 요청한 서류를 이미 가입계약 체결 시에 전부 제출하였으므로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고, 이후 피고 조합이 문제 없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므로 사업 추진에 피해를 초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 조합의 제명 통보에는 제명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결국 피고 조합이 부당한 제명으로서 가입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위법하게 거절하였으므로 계약을 해제한다. 

나. 판결 요지 (의정부지방법원 2022. 5. 19. 선고 2021나213515 판결)=피고의 조합규약 제12조제3항에 의하면 피고 조합은 원고가 조합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사업추진에 피해를 초래하였을 경우 등 조합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조합에 손해를 입혔다면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이사회 또는 총회의 의결에 따라 제명할 수 있다. 

피고 조합은 2021. 2. 6. 임시총회에서도 원고를 ‘부담금 미납 및 탈퇴신청, 조합설립서류 미제출자 제명 명단’에 기재하지 않고, ‘소송자 제명 명단’에 기재하여 ‘조합원 자격 제명 건’으로 가결하였다. 그러나 피고 조합은 제명결의 이전인 2020. 6. 16. 원고에게 ‘원고가 조합설립인가신청에 첨부되는 서류로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제출하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 대한 제명처리 등 후속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냈고, 피고 조합의 대표자는 2021. 2. 6. 임시총회에서 ‘조합원 자격 제명 건’과 관련하여 “1차 조합원 설립인가 때 서류를 제출해달라고 했었는데, 그분들은 여러 번에 걸쳐서 내용증명도 보내고 했지만 서류를 안 내셨어요. 그래서 자동적으로 이분들은 제명이 되었고요. (후략)”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 반면에 원고가 2020. 6. 16.까지 피고 조합에게 조합설립인가신청에 첨부되는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찾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볼 때 원고는 조합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사업추진에 피해를 초래하였고 피고 조합이 소명기회를 부여하였음에도 소명을 하지 않았다고 보이므로, 적어도 2021. 2. 6.에는 피고 조합의 총회결의에 따라 조합원에서 제명되었다.

더군다나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제명처리를 예고하고 그에 따라 원고에 대한 제명결의를 한 것은 원고가 먼저 가입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고, 조합설립인가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인바, 가입계약상 채무를 먼저 이행하지 않은 당사자는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 즉, 피고 조합이 2020. 6. 16. 원고에게 제명처리 등 후속조치를 논의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2021. 2. 6. 원고에 대한 제명결의를 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지한 것은 가입계약이 원고의 이행거절로 해제되었다는 사실을 통지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 조합이 원고를 제명한 것을 두고 조합이 가입계약상 채무를 위법하게 거절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4. 검토=주택법 제11조제7항은 주택조합의 설립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주택법 시행령 제20조제1항제1호 (가)목은 주택조합의 설립인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열거하면서 마지막에서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규정하고,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제3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서류’에 ‘조합원 자격이 있는 자임을 확인하는 서류’를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조합은 주택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할 때 위 주택법령에 따라 ‘조합원 자격이 있는 자임을 확인하는 서류’를 관할관청에 제출하여야 하므로, 조합원들에게 위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조합설립인가를 검토하는 관할관청 입장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세대주를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아니하거나 주거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할 것.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현재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계속하여 거주하여 온 사람일 것’이라고 조합원 자격요건을 명시한 주택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현재’ 조합원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하므로, 예전에 제출받았던 서류만으로는 조합원 자격을 판단하기 곤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조합이 설립인가 신청에 따른 필요서류 제출을 다시 요구한 것은 인허가 진행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에 해당하고, 조합원들은 이에 협조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위 사안은 조합원이 필수서류 제출을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업 진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조합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다만, 제명은 조합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조합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제재인 만큼 제명이 불가피할 정도에 한하여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는바(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3다69942 판결 참조), 가급적이면 마지막 선택지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만일 조합원의 업무 비협조,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제명을 검토하고 있는 조합의 경우 혹여나 내용적‧절차적 측면에서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절차 진행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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