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에서 재건축 설계자 선정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논란은 서울시가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희림건축 컨소시엄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혐의는 업무·입찰을 방해하고 사기미수, 주민현혹, 시장교란 등을 내세웠지만 근거와 명분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곳은 시의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된 가운데 한강변을 따라 초고층 아파트 건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만큼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마치 시공권 확보를 위한 건설사들의 ‘수싸움’을 방불케 하듯, 치열한 경쟁이 전개돼왔다.

희림은 용적률 360%를 적용한 설계안을 선보였다. 바로 이 부분을 시가 문제 삼았다. 법적 상한용적률 300%를 넘겼다는 게 이유다. 시는 희림이 공모 지침을 어겼다고 주장하면서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업계에서는 시가 고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이 민간사업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희림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초 사업성 제고 방안을 제안하도록 한 조합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집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법적 상한용적률의 120% 이하까지 적용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질의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림은 이를 근거로 설계안을 제안했을 뿐인데, 시에 고발까지 당한 것이다.

시 논리대로라면 경쟁사인 해안건축 컨소시엄의 설계안도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해안은 최고 70층 높이의 아파트 건립을 골자로 설계안을 내놨다. 그런데 시의 신속통합기획안 어디에도 70층까지 건립 가능하다는 내용은 없다. 양사 모두 신속통합기획안에서 벗어난 설계안을 마련한 셈이다.

시의 칼끝 방향은 유독 희림에게만 향했다. 설계자는 총회에서 투표를 거쳐 선정하는 주민들의 고유 권한이다. 시가 설계안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면 양사 모두 제제에 나서는 등 공정한 잣대를 들이밀었어야 한다. 사기미수 등 자극적인 단어로 보도자료를 내면서까지 조합과 민간업체를 묶어 ‘겁박’할 일이 아니다. 

결론은 총회에서 희림이 선정됐고, 용적률도 300%를 적용한 설계안을 제안했다. 후속 절차 진행을 위해서는 시의 인·허가를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가 실태점검 등 보복성 행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으로서 정당성과 공정성을 갖춘 행정을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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