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설립인가 이후 동의율 미달 등의 하자에 관하여 다툼이 있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하는 경우 매번 모든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동의서 징구 등의 절차를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면 지나친 사회·경제적 낭비가 야기된다. 이에 2015.9..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어 2016.3.2. 시행된 도시정비법에서는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다만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동의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고, 이에 필자가 최근에 진행한 사건에서도 선행사건 등에서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있었다면 해당 동의서를 재사용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이 아닌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소송 중에 다툼이 되고 있는 동의서를 재사용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게 되면, 결국 분쟁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조합설립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쟁을 야기하게 될 것이 자명하므로 오히려 동의서 재사용 특례규정의 입법취지에 반한다는 반론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동의서 재사용 특례규정을 신설한 입법 의도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도 요건이 갖추어지면, 행정소송에는 소위 사정판결이라는 게 있어서 여러 가지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도 유효하게 해 주면 그 조합이 하자로 인가가 취소될 것이 유효하게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걸 하나 보완해 주자는 것이고”라고 동의서 재사용 특례규정의 입법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 개정법은 기본적으로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낭비 등을 고려하여 조합설립 동의자 수에 대한 보완을 쉽게 함에 그 취지가 있다. 그럼에도 토지등소유자 일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의서의 효력을 문제 삼는 경우에도 그러한 동의서의 재사용 자체를 모두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타당할 것인가? 도시정비법상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을 입법화한 취지를 무색케 하는 주장인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법원도 “기존 동의서를 재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여 분쟁 정비사업장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된 도시정비법 제37조의 취지를 고려하여 보면, 결국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는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하려는 자가 토지등소유자에게 기존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와 반대 의사표시의 절차 및 방법을 60일 이상의 기간이 기재된 서면으로 설명·고지하였음에도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제출하였던 기존 동의서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동의서 특례규정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에서도, 재사용이 가능한 동의서의 범위를 동의서 재사용에 대한 고지를 하였음에도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제출하였던 기존 동의서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도시정비법의 동의서 특례규정에서는 동의서 재사용에 대한 고지 절차를 법정화하여 무분별한 동의서의 재사용을 방지하고 재사용에 대하여 반대의 의사표시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어 궁극적으로는 토지등소유자의 조합설립에 관한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동의서 재사용을 특별히 제한하는 규정도 없다. 그렇다면 동의서에 대한 효력에 대해 다툼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사용된 동의서의 효력을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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