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입맛대로 행정’에 정비사업이 혼란스럽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활성화를 도모해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던 취지는 강화된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 운영기준’ 기습 시행에 무색해졌다. 반면 시공자 선정 조기화는 기준 마련에 대한 시의 늑장행정에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시는 지난달 30일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 운영기준’을 개정하고, 즉각 시행에 나섰다. 개정된 운영기준 핵심은 최대 면적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역세권 도시정비형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면 3,000㎡이상~2만㎡이하의 면적에 100가구 이상 건립해야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3만㎡까지 확대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3,000㎡이상이면 사업 추진이 가능했는데, 면적 최대한도를 설정해 둔 셈이다.

이에 대규모 사업 추진을 준비하던 사업장들은 비상이 걸렸다. 면적 기준 초과로 사업 출발선에 서는 것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행정예고 및 의견청취 절차를 거쳐 개정된 운영기준 시행에 나섰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전검토를 위해 동의서 징구 등의 업무에 나선 사업장들의 노고가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마디로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적인 행정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번 행정조치는 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당수 사업장들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시의 행정조치에 대한 속도감은 사안별로 다르다. 역세권 도시정비형 정비사업과 관련된 빠른 행정조치로 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는데 반해 시공자 선정 조기화는 늑장행정을 펼치고 있다.

시는 조례개정을 통해 지난 7월 1일부터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기화 시켰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례개정에 따른 수혜를 본 현장은 없다. 이미 시행됐어야 할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이 마련돼지 않아서다. 행정예고 기간까지 감안하면 올해 안에 시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쯤 되면 시가 입맛에 맞는 사안들만 골라 속도조절에 나서는 등 ‘편식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강하게 든다.

법과 원칙은 중요하다. 특히 정비사업처럼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재산권이 걸려있는 사안을 대하는 공공의 자세는 공평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야 마땅하다. 사안별로 기준의 잣대를 달리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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