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재개발조합은 정비계획 입안권자가 수립한 정비계획의 범위에서 구체적인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여 공동주택, 부대 및 복리시설과 기타 정비기반시설 등을 조성하게 된다.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각 시설별 부지의 위치 및 면적을 특정하고, 해당 부지에 신축할 수 있는 건축물의 용도별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의 상한만 정할 뿐 구체적인 건축계획은 향후 조합이 수립할 사업시행계획에서 정해진다.

조합이 사업시행계획 수립 시 집합건물인 공동주택과 상가를 신축하고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이를 조합원들에게 배분하는 형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사업의 일반적 모습인데, 관리처분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공동주택이나 상가의 부지만 제공할테니, 건물은 알아서 지으라고 하는 것은 사업시행계획이 법령상 포함해야 하는 주요사항을 누락하는 것이고,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분을 망각한 형태이므로 실무상 상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와 달리 유치원이나 종교시설과 같이 정비계획 수립 시 독립된 필지에 공동주택이나 상가와 구별되는 독립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특수한 조합원들의 경우에는, 조합이 해당 조합원들에게 부지만 공급하고, 건물은 해당 조합원들이 관련법령의 범위 내에서 재량껏 신축하는 형태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도시정비법 제23조제2항은 “재개발사업은 정비구역에서 제74조에 따라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건축물을 건설하여 공급하거나 제69조제2항에 따라 환지로 공급하는 방법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관리처분계획 방식을 택한 조합은 건축물을 반드시 직접 건설하여 공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에 따라 유치원이나 종교시설을 소유한 조합원에게도 예외없이 건물을 신축하여 분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정비법 제23조제2항은 일종의 금지규정이 아니라, 재개발사업의 시행방법에 관한 일반적 방식을 기재한 규정에 불과하다. 위 규정이 조합에게 모든 부대·복리시설의 신축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고, 조합원에게 대지만 분양하고 조합원이 직접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

오히려, 도시정비법 제76조제1항제1호는 관리처분계획의 수립기준 중 하나로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면적·이용상황·환경, 그 밖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지 또는 건축물이 균형 있게 분양신청자에게 배분되고 합리적으로 이용되도록 한다”라고 규정하는데, 만약 도시정비법 제23조제2항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방식을 취할 경우, 조합이 대지만 공급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해석한다면 위 제1호 규정은 ‘대지 또는 건축물’이라고 규정할 것이 아니라 ‘대지 및 건축물’ 또는 ‘건축물’이라고 규정을 하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위 제1호는 명백하게 ‘대지 또는 건축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관리처분계획 방식에 따른 정비사업에서도 ‘대지’만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이나 종교시설의 경우 설립자의 운영방침이나 철학 등 주관적 요소가 건물에 반영되어야 할 필요성이 높고, 공동주택이나 상가처럼 조합원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구조나 면적 등을 특정하여 획일화된 형태의 집합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어렵다. 즉, 조합원에게 부지만 공급한 후 이들이 재량껏 건물을 신축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상실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부산고등법원이나 인천지방법원도 도시정비법 제76조에서 정비사업의 분양대상으로 ‘대지 또는 건축물’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대지’를 도시정비법 제69조제2항에 규정에 의한 환지방식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보아, 유치원이나 종교시설 소유자에게 대지만 공급하는 사업시행 방식에 하자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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