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조합은 관리처분인가고시일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현금청산자와 토지, 건축물의 손실보상에 관한 협의를 하여야 하고,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그 기간 만료일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수용재결을 신청하여야 한다. 만일 이 기간을 넘겨서 수용재결을 신청한 경우, 조합은 해당 현금청산자에게 지연일수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3조).

이때 조합은 손실보상의 협의를 위하여 3인의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를 통해 보상액을 산정하는데, 토지보상법은 사업인정고시, 즉 사업시행인가고시가 있은 후에 조합 또는 감정평가를 의뢰받은 감정평가법인에게 청산자가 소유하는 토지나 물건에 출입하여 측량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 경우 조합은 출입 5일 전까지 그 일시 및 장소를 청산자에게 통지하면 족하고(토지보상법 제27조), 청산자의 동의나 별도의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 이 통지는 상대방에 도달해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나, 법원은 지속적인 수취 거부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수취 거부시에 의사표시가 도달한 것으로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산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조합과 감정평가법인의 출입과 조사를 막으며 감정평가를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속하게 협의를 추진하려는 조합과 달리, 청산자는 손실보상 절차가 최대한 천천히 진행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시간이 같은 편이 아닌 조합으로서는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무척이나 난처한 일이다.

현금청산자가 감정평가를 거부하며 손실보상 협의를 지연시키는 경우 조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법원을 통해 방해금지가처분 절차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 청산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조합이 5일 전에 통지하고 출입·측량 또는 조사하는 행위를 방해하지 못하므로(토지보상법 제11조), 이러한 행위의 방해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위반시 부과하는 일종의 벌과금인 간접강제금을 함께 신청하여 방해금지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다음으로 형사고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청산자가 위 인용의무를 위반하여 조합 또는 감정평가업자의 행위를 방해한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토지보상법 제97조). 최고형이 벌금형에 불과하지만 방해행위의 정도, 양태 등에 따라서는 형법 위반에도 해당하여 그 가벌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후 강경책 외에 조합이 사전에 손실보상을 위한 기초자료를 충실히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대다수 조합이 손실보상 토지 및 물건조서 작성을 위해 선행하는 기초조사 업무시 지장물의 구조와 면적 등의 명세를 상세히 기재하고 관련 사진 등을 충실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 

더 이전 단계로써 사업시행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는 ‘토지 또는 건축물 등에 관한 권리자 및 그 권리의 명세’를 위해 작성하는 물건조사서부터 그 작업이 꼼꼼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청산자들의 방해행위로 인하여 감정평가가 도저히 불가능한 경우에는 실지조사를 하지 않고도 해당 조사서와 공부상 기재 내용에 기초한 외관평가 등의 방법으로 감정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10조제2항).

보다 궁극적으로는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재결 실무가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법원이 특별법인 도시정비법이 적용되는 재개발사업의 경우 법정 기한 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토지보상법이 정하는 별도의 협의절차 또는 협의를 위한 감정평가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수용재결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재개발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랜 관행만 고집하여 토지보상법이 정하는 협의절차 또는 협의를 위한 감정평가를 거치지 않으면 재결 신청 자체를 받아주지 않는 토지수용위원회의 실무부터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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