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시기가 앞당겨졌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게 상당수 조합들의 입장이다. 

여전히 내역입찰에 대한 고집은 변함이 없어 순조로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월 1일부터는 서울에서도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다. 시는 관련 조례가 내달부터 시행되면서 조만간 내역입찰 등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시공자 선정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내역입찰에 대한 고집을 뛰어넘어 아집에 함몰된 모양새다.

시가 제시하는 방향은 턴키, 조합직접 분리발주 등 두 가지다. 턴키는 시공자가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공사비를 산정해 일괄 입찰하는 방식이다. 나머지는 조합이 직접 분리발주를 통해 설계를 확정지은 후 시공자를 선정하는 방안이다.

언뜻 보면 선택권을 넓혀둔 것 같지만 속내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내역입찰을 동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역입찰 시행 이유는 분담금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취지는 좋다. 그런데 부작용 발생 요인은 여전하다. 당초 서울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했다. 내역입찰을 통해 모든 설계가 확정되면 사업계획에 변동이 없어 조합원 분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시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고급화를 추구하는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건설사들이 입찰을 통해 각종 특화계획을 선보였고, 설계변경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일반화됐다.

아무 소득 없이 시공자 선정 시기만 미뤄놨던 셈인데, 시는 아직도 원활한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내역입찰’을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내역입찰은 공사비 억제 효과가 없다는 게 이미 현장에서 검증됐다. 

서울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내용을 토대로 시공자 선정에 나서고 있는데, 건설사들은 조합이 책정한 예정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 참여가 저조하다. 사업시행인가를 토대로 만든 설계안에 대한 적정 공사비 눈높이를 두고 건설사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내역입찰에 대한 실효성 자체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는 선택권 보장을 빙자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내역입찰은 하되, 조합 또는 건설사가 그 결과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순조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내역입찰’ 아집만 버리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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