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내 조합의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기는 정비조례가 곧 시행된다. 

서울시 정비조례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전국 모든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례 개정으로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의 안정적 자금 조달, 브랜드 설계 적용, 사업속도 개선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시공자를 뽑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었던 조합들 역시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 전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남아있다. 서울시는 이번 조례 개정 시 도시정비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없는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 의결을 거쳐’라는 요건을 달아놓았는데,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실무상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공자 선정에 앞서 시공자 조기 선정에 관한 사전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있다. 

‘거치다’는 어떤 과정이나 단계를 겪거나 밟는다는 의미이고, 도시정비법은 총회 의결 정족수를 정할 때는 주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받아’ 또는 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조합은 총회를 열어 시공자 조기 선정 여부에 대하여 찬반을 물어 해당 안건이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 경우에만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및 총회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이 해석에는 몇 가지 의문이 따른다. 개정 조례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여부와 무관하게 조합원 과반수 찬성 의결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어, 문언대로라면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뽑는 경우에도 총회 사전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것과 특별한 실익없이 조합에 불필요한 절차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조합원은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도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으므로 굳이 사전 총회 의결을 거쳐 조합원들의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서울시가 이번 개정을 통해 시공자 조기 선정을 허용함과 동시에 시공자 선정 총회 의결 정족수를 강화했다는 해석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조합은 사전 총회없이 바로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할 수 있고,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 및 조합원 과반수 찬성 의결로 시공자를 선정하면 된다. 

서울시 역시 올해 4월, ‘시공자 선정 시 조합원 과반수 의결요건은 시공자 선정 추진 전에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이번 개정 조례에서 정한) 조합원 과반수 찬성 의결요건은 최종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적용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했다.

위 해석은 이론적으로는 더 타당해 보이지만, 서울 관내 조합의 시공자 선정을 지나치게 어렵게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한 경우 한 업체가 압도적 다수표를 얻기 어려운 게 현실이어서 조합은 재차 총회를 열어 결선투표 또는 최다득표자에 대한 승인투표를 실시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도 시공자 선정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가 현장에 직접 참석해야 하고,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도 그 서면결의서를 철회하고 현장 투표를 하지 않는 한 직접 참석자에는 포함되지 않는 등 요건이 매우 까다로운데, 여기에 의결 정족수까지 강화되었으니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개정 전 조례가 낫다고 하는 조합도 있을 것 같다. 

서울시 조합들의 숙원이었던 시공자 조기 선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개정 조례 시행까지 한 달이 남았는데, 앞으로 서울시 조합들이 어떻게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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