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조합은 조합원들이 모여 직접 조합을 구성하여 사업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오는 내재적인 한계로 인해 자체적으로 사업자금을 마련하거나 원활한 인허가 절차를 밟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충분한 자금 조달 능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시공사의 선정은 가능한 한 이른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시공사 선정은 조합 설립 이후 개최되는 조합원 총회의 고유의 업무에 해당한다는 것이 수차례 대법원에서 확인되었다. 때문에 조합설립 이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시공사를 선정하는 주민총회를 개최하여도 해당 결의는 효력이 없다(대법 2008다6298).

그러나 추진위원회의 업무가 아닌 조합의 업무로 규정된 사항들에 대하여 추진위원회에서 이를 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조합에서 이를 다시 의결하거나 추인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행한 시공사 선정결의에 관하여도 조합 설립 이후 이를 추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여러 조합에서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하여 이른 단계에서 시공자 선정을 마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확보한 뒤, 조합 설립 이후 이를 추인하는 총회를 개최함으로써 법적 하자를 사후적으로 치유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때 반드시 경쟁입찰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는 점이다. 몇몇 조합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결의가 무효여도 조합 설립 이후 이를 추인하면 무방하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경쟁입찰 절차 없이 시공사를 선정해놓고 조합설립 이후에도 역시 해당 선정 결의를 그대로 추인하는 총회만을 거치는 경우가 있었다.

무효인 법률행위를 추인하면 해당 법률행위는 유효하게 되지만,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행위는 그 무효사유가 제거되지 않는 한 추인을 하더라도 효력을 갖지 않는다. 경쟁입찰 방법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규정은 시공사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제고하여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일찍이 대법원은 이를 강행규정으로 본 바 있다(대법 2014다61340).

따라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은 채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은 조합설립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려 할 때 반드시 경쟁입찰 방법을 통해 새로운 선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 간단한 추인 총회만으로 법적 하자를 치유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다만, 2006.8.25. 전에 이미 추진위원회 구성승인을 받은 조합의 경우는 다르다. 재개발사업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할 때 반드시 경쟁입찰의 방법을 거치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규정은 2006.5.24. 신설되어 2006.8.25. 시행되었는데, 개정 도시정비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기존에 추진 중인 사업에 혼란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부칙 제2항에서 “경쟁입찰에 의한 시공자 선정 관련 규정은 법 시행 후 최초로 추진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분부터 적용한다”라고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대법원 역시 해당 부칙 규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개정법 시행 전에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을 받은 조합은 경쟁입찰의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총회 의결만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 2009다26787). 즉 2006.8.25. 이전에 구성된 추진위원회에서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은 채 시공자를 선정한 경우에는 조합 설립 이후에도 경쟁입찰 없이 추인결의만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다만 구법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 총회의 의결방법에 관하여 정관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경쟁입찰 없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관 규정이 필히 요구된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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