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집행부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제4항에 따른 조합원 등의 정보공개청구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동법 제138조의 처벌조항에 따라 조합 임원들의 형사책임이 문제 된다. 이와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조합장의 처벌 문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조합 이사의 책임에 대하여 다루어보고자 한다.

조합의 상근이사가 조합원 등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하여 조합 집행부의 내부 논의를 거쳐 비공개 통지를 하였다가 신청인에게 조합장과 함께 형사 고소된 사안을 생각해보자. 상근이사로서는 조합장의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기반하여 거부통지를 하였을텐데, 거부의 위법성이 인정될 경우 상근이사도 조합장과 함께 처벌되어야 할까?

도시정비법은 정보공개의무의 주체를 조합장으로 한정하지 않고 조합 임원으로 명시하고 있어 사실관계에 따라 이사 역시 공개의무 위반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판례 중에는 조합의 정보 비공개 통지에 대하여 조합장과 업무를 담당한 이사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여 양자 모두를 처벌한 사례들이 종종 있다. 특히, 조합의 업무규정 상 정보공개 업무를 특정 이사의 업무로 명시한 경우 이사의 공모 책임이 더욱 손쉽게 인정되곤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사로서는 조합의 대표자이자 사무를 총괄하는 자인 조합장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이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받는다고 하면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과연 이사에 대한 처벌이 정책적으로 반드시 필요한지는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조합의 정보공개거부가 위법하여 형사처벌 대상임이 인정되는 사안이라고 한다면,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조합장이 그 행위책임을 벗어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신청은 반드시 서면으로 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22조), 접수된 서면 신청서에 대하여 조합장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이사 단독으로 업무처리가 이루어지는 사실관계는 상정하기 어렵다. 하급심 판례 중에서는 조합의 업무규정 상 정보공개 관리업무가 상근이사의 업무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이는 조합장의 결재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한 사안도 있다.

그렇다면 결재권자인 조합장이 아닌 이사에게까지 가벌성을 확대하여야만 위법행위의 억제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조합이 정보공개청구 중 판단이 어려운 사안에 대하여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서까지 꼼꼼히 검토하는 이유는, 조합장에 대한 형사처벌 및 그에 따른 조합장 직위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합장에 대한 처벌만으로도 충분한 위하 효과가 있다.

더군다나 현행 도시정비법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추진위원을 제외한 추진위원장만을 정보공개의무의 주체 및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조합 설립 이후 단계라고 하여 굳이 조합 임원을 보태어 처벌하여야 할 설득력도 부족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행법 도시정비법이 조합 임원 전원에게 정보공개의무를 부여하고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형태에서, 조합장을 제외한 임원들은 규율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실무상 조합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광범위하고 반복적인 정보공개청구가 불필요하게 남용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면, 해당 처벌조항으로 인한 가벌성의 테두리에서 형사정책상 불필요한 부분은 덜어냄이 바람직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