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은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이는 대체로 크게 위임계약과 도급계약으로 나뉜다.

위임과 도급은 모두 일종의 노무공급계약이라는 점에서 같으나, 도급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므로 결과채무적 성격이 강하고, 위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활동’을 목적으로 하므로 수단채무적 성격이 강하다.

예컨대 정비사업의 경우 대표적인 도급계약은 시공사와의 공사계약이고, 대표적인 위임계약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의 업무용역계약이다.

도급계약과 위임계약을 해제(해지)할 때 요건과 절차는 어떨까.

정비사업에서 통상 문제되는 민법규정으로는, 계약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정 해제(해지)권 외에, 도급계약에는 제673조, 위임계약에는 제689조가 있다.

해당 각 규정에 따르면 도급계약은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제673조),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되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제689조).

그런데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도급계약을 해제할 때는 특별히 유의할 점이 생겼다.

대법원은 위임계약의 경우에는,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89조제1항에 따른 임의해지로서의 효력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고 있고(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해당 판결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구고등법원은 도급계약의 해제에도 위와 같은 위임계약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도급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채무불이행 또는 약정해제 사유를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그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도 그 의사표시로써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 계약의 해제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달리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그 논거는 2가지였는데, ①하나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하면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에 반하여 민법 제673조에 기하여 도급인이 도급계약을 해제하면 오히려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처지가 되므로, 도급인으로서는 자신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이제는 자신이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는 결과가 된다면 이는 도급인의 의사에 반하고 의사표시의 일반적인 해석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점, ②다른 하나는 수급인도 채무불이행 사실이 없으므로 도급인의 해제 의사표시가 효력이 없다고 믿고 일을 계속하였는데,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가 인정되면 그 사이에 진행한 일은 도급계약과 무관한 일을 한 것이 되고, 그 사이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46757 판결).

이상의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칫 조합이 도급계약 상대방의 귀책 사유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다는 공문을 보낸 후 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믿고 사업을 진행하다가, 추후 소송에서 상대방의 귀책 사유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 기존 도급계약의 해제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도급계약 상대방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공문 등으로 해제 의사표시를 할 때는 가능하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예비적으로라도 민법 제673조의 의사표시를 함께 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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