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은 정비사업에 자신의 부동산을 출자한 자로서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여러 권리를 가진다. 우리 사회가 주목하는 분양권, 정비사업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총회 의결권 등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총회 의결권은 조합원의 권리이자 의무로도 볼 수 있지만, 생업을 가진 조합원으로서는 총회에 직접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제5항과 정관 등에서는 서면으로도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직접 참석해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달리, 서면결의서는 작성 시점과 의결권이 실제 행사되는 시점이 다른 특징이 있다. 사람 마음이 바뀌듯이 서면결의에 대한 마음도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실제 조합 총회에서 서면결의서와 함께 이에 대한 철회서가 제출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조합임원 선거,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 조합원 사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총회일수록 철회서 제출과 이에 대한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철회서를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행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법적 다툼의 단골 소재가 된다.

대법원은 “조합원이 서면에 의하여 총회에서의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의사를 표시하였더라도 총회에서 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하기 전까지는 그러한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고, 그 철회의 의사표시는 규약 내지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는 이상 반드시 일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서만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철회의 의사를 분명히 추단할 수 있는 행위나 외관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하여 총회 결의 성립시까지 철회의사를 밝힐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8.8.21. 선고 2007다83533, 83540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만약 조합 정관이나 총회 안내책자 등에서 철회시기와 철회방법을 별도로 정한 경우라면 어떨까.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서면결의서 제출에 시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 철회의 의사표시나 또는 이를 다시 철회하는 의사표시가 반드시 서면결의서 제출 시한까지 제출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총회 개최 전에 그 의사를 분명히 추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여 철회서 제출 기한에 제약을 둘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1.7.27.자 2021라20701 결정 등 참조).

이러한 판단은 의사표시 철회에 대한 법리에 기초를 두고 조합원의 의결권 행사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서면결의서 철회서가 정비사업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고, 총회 당일 누군가가 수백장의 서면결의서 철회서를 제출하면서 이 총회는 무효라고 주장하는 경우 현장에서 철회서가 진실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총회를 무효화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참 어려운 문제이다. 당연히 이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조합 내부의 최고 자치법규인 정관에서 철회서의 제출기한, 제출방법을 합리적으로 정하였다면 그 내용을 준수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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