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체재’라는 오명을 벗고, 주택정비사업의 한 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그동안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에서 추진하는 대안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재건축에 비해 짧은 허용연한과 단순한 절차 등의 장점이 있었지만, 사업성 부족이 번번이 발목을 잡아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리모델링 시장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개정 주택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수직증축을 통한 일반분양이 가능해지면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조합원들의 부담 절감은 사업 안정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 다시 건설사들의 참여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결국 수직증축 허용→사업성 개선→사업 안정화→건설사 참여의 선순환구조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재건축의 그늘에 가렸던 리모델링이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해 가고 있는 것이다.



수직증축 허용 이후 사업성 개선
일반분양으로 조합원 부담 줄어
건설사들도 수주전에 적극 참여
사업 장기지연 현장도 사업재개
송파성지 등 시공자 선정 러시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 ‘러시’… 달라진 시장 분위기=리모델링의 활성화 분위기는 시공자 수주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동안 조합을 설립하고도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해 장기간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주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송파성지아파트 리모델링이 포스코의 단독 입찰로 시공자 선정에 한걸음 다가섰다. 지난달 28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 결과 포스코건설이 입찰에 응하면서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조합은 향후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 등의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잠원한신로얄아파트도 시공자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단지는 2번의 시공자 입찰로 국토교통부 고시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포스코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촌현대아파트도 시공자 선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 2006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사업이 장기간 중단됐다. 하지만 정부의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으로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재개해 시공자 선정 절차까지 진행했다. 

지난 6월 시공자 입찰공고를 진행한 결과 포스코건설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오는 12일 홍보설명회를 거쳐 19일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 약 10년 만에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게 되는 셈이다.

강동구 둔촌현대3차 아파트는 이미 시공자로 선정에 성공했다. 지난 7월 쌍용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둔촌현대3차는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160가구에서 176가구로 16가구를 늘릴 계획이다. 주택면적도 △58㎡형→73㎡형 △69㎡형→84㎡형 △79㎡형→102㎡형 등으로 각각 넓어지지만, 일반분양 물량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약 15~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평촌 목련3단지가 시공자를 선정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개층 수직층죽을 목표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목련3단지는 지난 3일 시공자 선정총회에서 쌍용건설·금호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대간 병합 허용, 히든카드 될까


세대 병합 금지로 기형적 평면 불가피


국토교통부가 리모델링 사업의 히든카드로 ‘세대간 병합 허용’을 빼들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직증축을 허용한데 이어 세대간 병합까지 허용할 경우 리모델링 시장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최근 리모델링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세대간 병합 금지 규제를 풀고, 구조안정성 평가·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리모델링 추진단지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총 36개 곳에 1만8,125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4월 수직증축이 허용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성남에서는 분당 한솔5단지가 지난 7월 수직증축이 가능한 리모델링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총 12개 동 중에서 11개 동이 수직증축할 수 있으며, 나머지 1개동은 수평증축이 가능한 것으로 판정됐다. 수직층축 리모델링 안전진단은 한솔5단지가 최초다.

성남 리모델링 시범단지인 느티마을 3, 4단지도 리모델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 말경 창립총회를 개최해 현재 조합을 설립한 상황이다. 시의 지원을 받아 1차 안전진단을 실시해 이르면 이달 중에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서울에서도 성동구 옥수동의 극동아파트가 지난 7월 창립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수직증축 허용으로 사업성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거주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세대간 병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평면구조 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면적을 최대 30%까지 늘릴 수 있지만, 기존 아파트의 평면 구조로는 효율적인 설계가 어렵다. 일부 단지에서는 앞뒤로 기다란 형태의 기형적인 평면구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세대 간 병합을 허용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구조변경 범위에 따른 구조안전성 평가 및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건축된지 15년 이상이 지난 노후아파트가 많은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평면을 조사한 후 실무 전문가팀을 구성해 구조안전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또 세대 간 병합 허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도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다. 국토부는 올해 안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구조변경의 합리적 허용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건물의 안정성 확보가 가능한 단지에 한해 세대간 병합을 허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조합 동의율, 법으로


리모델링 주택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동의비율 근거조항이 주택법 시행령에서 법률로 상향된다. 법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이다. 또 지어진지 30년이 지났거나 안전등급이 C·D·E 등급인 15층 이하 공동주택은 전문기관이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6일 이 같은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오는 1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먼저 리모델링 주택조합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비율이 법률로 규정된다. 현재는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법적 예측성을 위해 법령으로 올라간다. 

다만 동의비율은 현행과 마찬가지로 주택단지 전체의 경우 전체 및 각 동의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결의로, 동별 리모델링의 경우 해당 동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결의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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