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조합에서 집행부의 변경은 수시로 발생한다. 도시정비법 제43조제4항이 해임총회 소집요건을 완화하여 해임총회가 빈번해졌고, 정비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임원선임총회에 대한 조합원들의 참여율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렇다면 해임총회가 가결된 이후 선임총회를 통해 새로운 조합장이 선출되었는데, 추후 해임총회에 무효사유가 있다고 다퉈지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에 대해 법원은 “새로운 총회결의에 의하여 후임 조합장이 선출되었을 경우에는 설사 당초의 조합장 해임결의가 무효라고 할지라도 이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 내지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여 권리보호의 요건을 결여함이 원칙”이라 본다. 다만, “새로운 총회결의가 하자로 인하여 무효임이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당초 해임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본다(인천지법 2019카합). 이는 단지 정비사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한 법원의 일반적 견해이다.

무효인 해임총회에서 해임을 당한 후 새로운 선임총회에서 당선되지 못한 전 조합장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조금 억울한 감정이 들 수도 있겠다. 하자가 중대한 총회에서 억울하게 해임되었는데, 그 뒤에 선임총회가 정상적으로 가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해임총회의 하자를 다툴 자격조차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일응 억울한 피해자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해임총회 이후 적법하게 가결된 선임총회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법원의 판단이 왜 타당한지 이해할 수 있다.

선임총회란 현재 조합임원의 공석상태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새로운 조합임원을 뽑는 총회이다. 선임총회에 해임총회를 추인하는 취지가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해임총회에 대한 추인을 전제로 하여 새로운 임원선출에 나아가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총의를 확인하는 새로운 총회를 개최하여 새 임원을 선출하였는데, 그 전에 열린 해임총회에 하자가 있다고 하여 이를 연쇄적으로 무효로 보는 것은 적법하게 의결된 새로운 총회의 효력을 지나치게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해임총회가 무효라서 전 조합장의 지위가 살아 있다면, 선임총회의 유일한 하자는 소집권자(주로 정관상 직무대행자가 된 최연장자 이사가 소집)의 하자이다. 이를 선임총회의 독립된 무효사유로 본다면 그 이후 개최된 모든 총회를 소집권자의 하자를 이유로 연쇄적으로 무효라 보아야 할 것인데, 이는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법적안정성을 현저히 해하므로 법원에서도 독립된 무효사유로 보지 않는다(대법원 2009다).

법원은 해임총회 가결 후 다시 개최된 총회에서 종전 결의를 그대로 인준한 경우에도 종전 해임총회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그 이유는 이미 위에서 상술한 내용과 같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8카합).

뿐만 아니라, 무효인 해임총회에서 해임된 조합장은 대부분 새롭게 개최되는 선임총회에 재출마하여 낙선된 자들이다. 정관에 해임된 조합장의 재출마를 금지하는 특별규정이 없는 한, 해임된 조합장의 선임총회 출마를 막을 수 없고 해임총회 효력을 극렬히 다투는 자가 선임총회에 출마하지 않을 리가 없다. 즉, 새로 개최된 선임총회에서 조합원의 지지를 얻지 못한 사정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새로운 선임총회에서 여러모로 조합장 자격이 없음을 조합원들로부터 확인받은 것인데, 종전의 해임총회가 무효인 점만 가지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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