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연재됩니다>

어렵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서 이 집을 사려고 결정을 한 것인데, 아파트를 보여주자 마자 남편으로부터 야단을 맞은 고 여사는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면서 그동안 상하였던 자존심이 튀어나와 이를 악물며 결사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위로를 해줄 줄 알았던 남편이 이럴 수가!

“아니, 이 여자가? 당신이 지금 복부인이야? 가족끼리 좋은 아파트에서 살려고 새 아파트로 이사 갈 생각은 하지 못할망정, 오래된 아파트를 사서 우리 가족 전부 녹물을 먹일 작정이야? 그리고 복부인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지금은 부동산 값이 오르니까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가 본데,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할지도 몰라. 바로 옆에 있는 일본도 부동산가격이 10년 동안이나 하락을 했잖아? 본시 사람은 착실히 벌어서 열심히 저축하고, 그렇게 해서 재산을 모아야 하는 것이야! 그런데 복부인들처럼 당신도 그렇게 부동산 투기나 하겠다는 거야?”

“아니 이게 투자지 무슨 투기에요? 당신이 언제 나한테 부동산 투기하라고 돈이나 한번 준 적 있어요?”

평소 착하고 가정밖에 모르며 양심적으로 살아온 고 여사가 남편으로부터 부동산투기를 하려는 여자로 취급을 당하자 갑자기 화를 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

[국회 청문회장]  
[국회 청문회장]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은 다 투기야, 투기! 당신, 신문도 제대로 안 봤어? 정부에서 국무총리나 장관들 임명할 때에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하는데, 하다보면 꼭 그 중에 부동산투기의혹이 있다고 하면서 문제가 되어 중도 사퇴하는 것을 당신도 TV에서 다 봤잖아? 그것도 꼭 여자들이 투기를 해가지고 남편 앞길을 완전히 막아버려요 꼭! 어휴~”

“어이구, 부동산 투기했다고 손가락질을 받아도 좋으니 내 남편이 그런 자리에나 한번 가 봤으면 정말로 원이 없겠네요. 남들 욕할 필요 없다고요. 지금까지 자기 수중에 돈이 없었으니까 그렇지, 돈 있으면 부동산을 안 사둘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번 돈을 집에다 쌓아 둘 거예요? 물가상승률보다 더 적은 이자를 주는 은행에 예금할 거예요? 안 그러면 금덩이를 사다가 집 금고에 넣어 두고 도둑 맞을까봐 가슴 졸이고 살아야 돼요? 그리고 우리 주변에 주식해가지고 돈 번 사람 봤어요? 처음에는 주식해서 얼마를 벌었네 하다가 나중에 보면 전부 깡통 차고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고,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리고 부동산은 투기고 주식은 투자라고들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주식이 훨씬 더 투기성이 강해요. 주식은 오늘 사서 내일 팔고, 심지어 하루 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사고팔고, 또 사고팔고 하면서 기업의 경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시세차익에만 급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주식이 오히려 부동산보다 더 투기성이 강하다고요. 내가 지금 집을 1채 가지고 있으면서 돈을 벌기 위하여 또 다른 집 1채 더 사자는 것도 아니고, 딱 1채 있는 우리 집을 이번에 새로 이사 가면서 기왕이면 이쪽으로 이사 와서 재건축을 해서 돈을 좀 벌자는 것인데, 그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 이렇게 백주 대낮에 사람들 다니는 길가에서 창피를 주고 그래요? 아 참 나~”

아내는 금방 눈시울을 적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었다. 순간 남편은 당황하여 주위를 쳐다보았다. 아내의 말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쳐다보면서 수군수군 대는 것을 보고는 남편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화가 나고 서러움에 눈시울을 적신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남편은 자신의 처지가 한심스러웠다. 다른 사람은 10년 이상 먹지도 입지도 못하면서 아껴서 저축해야 겨의 벌 수 있는 돈을 별 고생 안하고 단 몇 년 사이에 버는 사람이 있다니……. 어떤 사람은 주식해서 얼마를 벌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땅을 사서 얼마를 벌었다고 하고, 또 누구는 아파트를 샀는데 벌써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하고……. ‘월급쟁이 백년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날 밤 …….

“여보, 근데 말이야?”

낮에 남편으로부터 받은 서러움에 지쳐 집에 와서도 계속 훌쩍이는 아내를 가까스로 달래준 남편은 잠자기 전에 아내에게 말했다.

“왜요? 나 지금 졸린단 말이에요.”

짜증이 난 아내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낮에 그 아파트 말이야......”

“아, 그 놈의 아파트 이야기는 왜 또 끄집어내고 그래요? 아직도 나 염장 지를 일이 남았우?”

“아니, 그게 아니라. 당신은 왜 그 아파트를 사려고 생각했어? 진짜 그 아파트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거야?”

서러움에 지쳐서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남편이 그 말을 끄집어내자 고 여사는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말했다.

“여보, 당신, 생각이 바뀐 것이야?”

“아니, 그 집을 사든 안사든 당신이 그 집을 사려는 이유나 우선 들어보려고 말이야.”

남편의 말투가 긍정적으로 흐르자 고 여사는 자신이 그 집을 사려고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느 모 대학교 교수님께서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추이에 대하여 연구를 하셨는가 봐요. 그 당시는 지은 지 20년 내지 25년 정도가 되면 재건축이 가능한 시기였는데, 연구한 결과 아파트는 새로 짓고 난 뒤에는 조금씩 낡아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조금씩 하락하다가 지은 지 약 16년 내지 17년 정도 되면 가격이 하락하던 추세에서 상승하는 쪽으로 변경된다는 거예요. 즉 황금의 유(U)턴을 한다는 것이지요!”

“뭐? 황금의 유(U)턴? 야~ 우리 마누라 모르는 것이 없네! 그래 황금의 유턴 이론이라는 것이 뭔데?”

남편은 궁금증이 가득 찬 얼굴로 아내에게 바짝 다가앉았다.

“하하하……. 까르륵…….”

“황금의 유턴 이론이라는 것은 내가 방금 그냥 이름을 붙인 것이에요. 그 이론의 이름은 모르고, 그냥 지은 지 16년 내지 17년 되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여건 조성과 희망에 의하여 가격이 상승추세로 반전하여 재건축을 하여 입주할 때까지 계속하여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 있잖아요? 주식 그래프가 상승 반전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지금 당신이 사려고 하는 아파트가 그 시기에 와 있다는 말이지?”

“그래요, 위 연구결과는 원래 주택을 지은 지 20년 정도가 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을 때의 연구결과이고, 따라서 16년, 17년 정도 되면 추진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재건축·재개발 바람이 불 때의 이야기인데, 그 뒤 자원낭비라는 등의 이유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건축물 노후도 연한을 자꾸 연장시켜서 지금은 25년 또는 30년 이상이 되어야 재건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지금은 20년~25년 정도가 지나면 가격하락이 유턴을 하여 상승할 시기가 된 것이지요. 내가 보기에는 아까 낮에 본 그 아파트를 사 두면 틀림없이 가격이 오를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내 말을 듣고 그 아파트를 사면 돈을 벌수가 있을 것 같아요.”

아내의 설명을 듣던 남편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러면 내일 당신이 다시 가서 그 아파트 사!”라고 말했다. 드디어 남편이 승낙을 한 것이다.

“여보 정말 고마워요~ 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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