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이 개정되었다. 서면결의에 관한 내용이 추가되었고 전자적 의결권 행사로 직접 참석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자적 의결의 도입은 코로나 시국에서 총회개최에 어려움을 겪어온 조합의 목소리를 입법에 반영한 것이어서 반갑다.

문제는 서면결의 규정. 개정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 총회소집 시 ‘총회의 목적·안건·일시 및 장소’ 등 기존 사항 외에 ‘서면의결권의 행사기간 및 장소 등’을 함께 통지하라는 것. 둘째, 서면의결권을 행사하는 자가 본인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서면결의에 관한 개정사항을 둘러싸고 의외의 해석론이 전개되고 있다. 이제 조합원은 홍보요원 등을 통해 서면결의를 제출할 수 없고 조합이 지정한 장소로 직접 출석해 본인확인 후 서면결의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연유로 이런 해석론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개정법이 서면의결을 위한 ‘행사 기간과 장소’를 통지하도록 하고 서면의결권을 행사하는 자에 대해 ‘본인인지 확인’하도록 규정하였으니 결국 조합원은 특정한 장소에서만 서면의결권을 행사하여야 하고 서면의결권을 행사하는 그 장소에서 본인임을 확인받아야 하는 의미로 새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론은 마치 서면결의가 조합 운영의 편의만을 도모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에 불과하다는 전제에 서 있는 듯해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서면결의가 실제 조합 운영 편의에 기여 하는 기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면결의는 개인의 의결권 보장이 본령이다.

시간이나 장소 또는 상황의 제약으로 실제 총회 장소에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들에게 서면 형태로나마 의결권 행사를 허용함으로써 조합원들의 의결권을 두텁게 보장하려는 것이 본래 취지라는 얘기다.

개정법 문언이 조합원 개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분명해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면 모르되 얼마든지 개인의 서면의결권을 보장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열려있음에도 굳이 의결권을 제한하고 위축하는 방향으로 해석론을 전개하는 것은 서면결의를 조합 운영 편의만을 위한 기술적 장치로 폄훼하고 개인의 의결권 보장이라는 제도의 취지와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어서 법치주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총회소집을 위한 개별 통지가 조합원의 알 권리와 의결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면 그 통지 사항에 서면의결권 행사기간과 장소 등을 포함한 것 역시 조합원의 의결권을 강화 또는 실질화하는 쪽으로 새겨야 마땅하다.

본인확인 규정 역시 서면의결의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여 조합 운영에 조합원들의 진정한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니 서면의결권의 실질적 보장에 중점을 둔 개정으로 이해된다.

이제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 질문에 각자 답을 구해보시면 좋겠다. 조합은 서면의결권 행사 장소를 반드시 한 곳만 지정해야 하는가. 아니면 서면의결권을 행사하려는 조합원들의 편의를 위해 다수의 장소를 지정할 수 있는 것인가. 나아가 조합원 각자의 거주 장소에서 홍보요원을 통해 서면결의가 제출될 수 있다고 통지하면 위법인가.

본인확인 의무에 관해서도 답을 구해보자. 본인확인은 반드시 조합이 지정한 특정 장소에 조합원 직접 출석하는 방법으로만 가능한 것인가. 서면결의에 자필서명 또는 무인을 요구하는 기존 방법은 어떤가. 서면의결에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게 하거나 홍보 요원에게 신분증을 확인토록 하거나 본인 제출 확인란에 자필 서명토록 하는 방법은 과연 금지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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