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업계 표준건축비 인상 요구

정부도 표준건축비 현실화에 필요 인정

임대주택 매입비 오르면 예산증가 불가피

올해 예산 사용 못하면 내년 삭감 우려도




“향후 계약시점을 넘겨 매매계약 및 공정진행에 따른 계약금 및 중도금을 일시에 요구할 경우 시 재정운영에 지장을 초래해 매입비 지급이 지연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각 사업시행조합에 통지하여 주시고, 공정률 확인 및 매매계약 절차 이행 안내 등 사업장 관리에 보다 철저를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가 종로구청 등 25개 구청에 보낸 공문 중 일부 내용


서울시가 재개발 임대주택에 대한 매입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불이익’ ‘관리 철저’ 등 다소 강경한 단어를 사용해가며 임대주택 매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임대주택 매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가 내린 이번 조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시가 임대주택 매입에 집중하는 속사정을 올해 초 정부의 발언에서 찾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표준건축비가 장기간 동결되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품질 개선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표준건축비는 지난 2008년 12월 15% 인상된 이후 지난 6년 6개월 동안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지난해 정부가 표준건축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반영되지는 못한 채 논의 자체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주택·건설 관련 단체들은 표준건축비 조정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정부가 표준건축비를 인상할 경우 시로써는 임대주택 매입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될 전망이다. 재개발 임대주택의 매입가격을 공공임대주택 표준건축비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의 예산으로 최대한 많은 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건축비가 인상되기 전에 임대주택 매매계약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내년도 임대주택 매입 예산 확보를 위해서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는 올해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을 위한 사업비용으로 3,677억3,975만8,000원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다. 만약 올해 예산이 사용되지 않는다면 내년도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임대주택 예산이 삭감된 경험이 있다. 지난 2011년 임대주택 예산액은 전년도 이월 예산을 포함해 약 2,757억원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실제 임대주택 매입에 집행된 비용은 약 2,399억원으로 148억원(차년이월 209억원 제외) 가량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인 2012년에는 전년 이월 예산액을 포함해 약 1,95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문제는 임대주택 예산이 실제로 사용되어야 하는데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청과 구청 등에서 임대주택 매매와 관련해 홍보나 관리 부족으로 계약 절차를 이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일선 조합에서는 임대주택 계약시기를 넘겼지만, 절차적인 내용을 알지 못해 계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임대계약 시기를 놓치면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와 구청이 임대주택 계약절차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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