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합당 최소 ‘20건’은 잡아야 한다.”

최근 정비사업 실태점검에 나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언급했다는 내용이다. 적발 건수에만 급급한 나머지 조합을 범죄단체로 호도하고 있다고 일선 관계자들은 호소한다.

지난 12일 국토부는 서울시와 함께 실시한 정비사업조합 합동 점검 결과를 내놨다.

총 69건의 적발 사례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예산회계 17건, 용역계약 32건, 조합행정 16건, 정보공개 3건, 시공자 입찰 관련 1건이다. 이중 12건은 수사기관에 의뢰했고 23건은 시정명령을, 4건은 환수조치, 29건은 행정지도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사안만 보면 마치 정비사업이 불법 천지인 것 마냥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자격증을 소지한 비전문가들의 ‘적발’ 사례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점검 인원은 회계사와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 소지자들로 구성됐다. 이들 업무는 정비사업이 전문 분야가 아니다. 이렇다 보니 굳이 문제 삼지 않아도 되는 사안들을 ‘적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조합이 예비비를 책정한 것을 두고도 지적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2014년 서울시가 제정·고시한 서울시 정비사업 조합 등 예산·회계 규정에 따르면 예비비 책정 근거를 명시해놓고 있다. 해당 규정에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외의 지출 또는 예산 초과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예비비를 지출예산에 계상할 수 있도록 정했다. 심지어 아파트 경비원의 노고에 상품권을 선물해도 영수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빌미 삼아 ‘위법’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자격증만 소지한 비전문가들의 적발 행태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이치다.

결국 실태점검은 업무 미숙에 따른 지도차원이 아닌, 혼내주기 또는 망신주기에 불과한 것이다. 정비사업에 비리의 온상이라는 색안경만 씌운 셈이다.

물론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과도한 잣대를 적용해 적발 건수 올리기에만 급급한다면, 이는 행정권 남용에 해당된다. 공공은 인·허가를 무기로 조합에 도 넘은 갑질행정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 서민들은 부족한 주택공급에 따른 부동산시장 과열에 신음하고 있다. 투명성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원활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데 집중해야 할 시기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