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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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한 조합들에게 ‘손해배상 의결’ 주의보가 발령됐다. 조합이 시공자 계약해지 과정에서 손해배상 관련 논의나 의결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과 광주 광천동 재개발, 대구 노원2동 재개발 등이 모두 유사한 내용으로 패소 판결이나 결정을 받았다.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 제20-2민사부(재판장 홍지영)는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시공자 지위 확인의 소’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대우건설의 시공자 지위를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대우건설에 계약해지의 책임이 있는지와 적법한 해제절차를 이행했는지 여부였다.

우선 재판부는 대우건설로 인해 착공과 사업이 지연됐기 때문에 해제약정사유가 된다는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우건설의 합리적인 공사비 증액 요구를 거부한 조합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민법에 따른 해제의사를 통보했더라도 적법한 해제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시공자 해지가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민법상 도급인이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즉 조합이 시공자를 일방적으로 해제할 경우 손해배상이 발생하는데,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지결의를 한 것으로 무효라는 취지다.

따라서 대우건설에 대한 계약해제는 효력이 없기 때문에 시공계약이 유효하고, 시공자 지위도 유지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이보다 앞서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도 손해배상에 대한 의결이 없었다는 이유로 DL이앤씨 등이 신청한 ‘총회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조합은 지난 5월 총회를 개최해 시공자인 프리미엄 사업단에 대한 도급공사 계약 해지의 건을 결의하고, 계약해제를 통지했다. 하지만 시공자는 조합원에게 손해배상과 관련된 자료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급계약 해제가 결의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도 시공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계약해지 결의 효력을 정지하고, 새로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등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대구 중구 노원2동 재개발에서도 유사한 결정이 나왔다. 노원2동 재개발조합은 지난 5월 사업비 대여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시공자인 일성건설과 우미건설에 대한 도급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일성·우미건설은 도급계약 해제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개략적인 손해배상 액수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지결의가 이뤄져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도급계약 해제가 부적합해 시공자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공자 입찰절차 등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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