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정비사업에서 일어나는 감정평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정비사업은 옛 집을 주고 새 집을 받는 사업이다. 언뜻 생각하면 모든 조합원이 아파트 1개호를 분양받는 것이 공평할 것 같지만 이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옛 집이 지어진 시기, 규모 등이 서로 다르고 새 집 또한 원하는 평형과 세대수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한 기준과 향후 정산과정이 필요하다. 옛 집과 새 집의 가격이 그 기준이 된다. 출자하는 옛 집의 가격이 높으면, 분양신청에 우선권이 있고 경우에 따라 아파트 2개호를 분양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조합원의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가격은 정비사업에 매우 민감한 이슈이고 이를 두고 여러 분쟁이 발생한다.

다행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는 위 가격을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정평가는 토지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여 그 결과를 가액(價額)으로 표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위 감정평가는 아무나 할 수 없고 국가에서 부여한 감정평가 자격을 취득한 자만이 수행할 수 있다.

나아가 도시정비법에서는 감정평가법인 선정 권한을 사업시행자가 아닌 시장 등에게 부여하고 있으며 1곳이 아니라 2곳의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두 감정평가과정 및 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정비사업에서는 다양한 감정평가가 이루어진다. 분양신청절차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종전자산 감정평가, 무상양수도 감정평가, 현금청산을 위한 감정평가, 법인세 관련 감정평가 등을 그 예로 꼽을 수 있다. 이들 중 조합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단연 종전자산 감정평가이다. 권리가액의 기초가 되며, 분양신청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목을 받는 만큼 논란도 크다.

“종전자산 감정평가가격이 엉망이에요. 시세가 10억원인데, 절반정도로 평가되었어요. 너무 억울합니다. 비리가 있는거 같아요.”

조합원들로부터 이러한 하소연을 정말 많이 듣게 된다. 개별적인 사실관계는 모두 다르지만 필자는 종전자산 감정평가의 개념을 상담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정말 억울하여 소송을 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위 개념 자체를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감정평가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지만(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5조 참조), 종전자산 감정평가는 시장가치를 찾는 평가가 아니다. 종전자산 감정평가는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판단하는 비례율과 조합원들의 권리가액을 찾는 평가이다. 종전자산 감정평가에서는 최근의 공시지가가 아니라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고시된 공시지가를 적용한다. 그래서 종전자산 감정평가는 시장가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아니 있을 수 밖에 없다. 핵심은 종전자산 감정평가의 형평성이다.

대법원 또한 종전자산 감정평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이처럼 주택재개발사업의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종전자산에 대한 평가는 분양의 기준이 되는 권리가액을 산정하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고, 관리처분계획의 기초가 된 감정평가의 평가방식에 일부 부당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리처분계획 수립 당시의 종전자산 평가는 조합원들 사이의 형평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평가방식의 부당함으로 인해 바로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 결과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이 조합원들 사이의 형평성을 잃게 할 정도로 부당하게 된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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