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그림=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하이엔드(High end) 브랜드를 아시나요? 최고의 품질과 성능을 갖춘 물건에 붙이는 브랜드로 초고가로 책정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가격과 상관없이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품을 지칭합니다.

아파트에도 하이엔드 브랜드가 있습니다. 강남 등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지역에 최고급 자재와 마감재로 건설하는 아파트에 붙여지는 브랜드입니다.

대표적으로 DL이앤씨의 아크로와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롯데건설의 르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이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의 아크로리버파크는 2013년 분양 당시 평당 4,000만원이 넘는 최고 분양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분양 이후에도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 3.3㎡당 1억원이 넘는 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하이엔드 브랜드는 강남지역 아파트의 전유물로 인식됐습니다. 고급 자재와 마감재를 사용하는 만큼 높은 공사비가 적용되기 때문에 강북이나 지방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 브랜드를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건설사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강남 등 부촌으로 불리는 지역을 수주하기 위한 차별화된 브랜드를 표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강남권이 아닌 지역은 물론 지방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고급 브랜드를 달겠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재개발조합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문제로 시공자와의 공사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 구역은 DL이앤씨와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권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이에 조합원들은 DL이앤씨의 아크로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다른 건설사들과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데다, 공사비 인상 등이 불가피하다며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조합은 자신의 단지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DL이앤씨는 부산 우동1구역 재건축을 수주하면서 지방에서는 최초로 고급 브랜드인 ‘아크로 원하이드’로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즉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부산은 되고, 광주는 안 된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조합은 장기간의 협상 끝에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시공자 계약해지를 위한 총회를 열었고, 조합원들이 해지에 찬성하면서 결별하게 됐습니다.

부산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를 두고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동3구역은 최근 기존 시공자인 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계약을 해지하게 된 주요 이유는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였습니다. 또 괴정5구역과 서금사5구역, 우암2구역, 범천4구역 등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할 수 있는 시공 파트너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원조 격인 서울도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8구역은 기존 ‘e편한세상’에서 ‘아크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노량진5구역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는 건설사를 찾겠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준강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흑석9구역도 롯데건설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 적용 등을 요구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시공자를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부 지역의 차별화를 위해 만든 하이엔드 브랜드가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 됐습니다.

특히 지방 사업장을 수주하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약속하면서 사태를 키운 꼴이 됐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일정 금액 이상의 분양가와 공사비 등의 내부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전국적으로 고급 브랜드 열풍이 불면서 난감한 상황에 닥치게 됐습니다.

반면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은 상위 건설사는 걱정이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물산의 경우 주택 브랜드로 ‘래미안’을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 별도의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래미안의 경우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음에도 6년 연속으로 아파트 브랜드 만족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GS건설의 경우에도 자이 브랜드를 차별없이 사용해 아파트 브랜드 관심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