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 제45조제1항제5호는 ‘시공자의 선정 및 변경’은 조합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공자 선정 시 선정을 위한 입찰절차를 모두 마친 후 총회의결을 얻어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공자 변경 시에도 변경을 위한 사전 준비절차를 마친 후 총회의결을 얻어 시공자를 변경하면 충분하다. 조합은 시공자 변경총회 전이라도 기존 시공자에 대해 해지를 예고하고 새로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기존 시공자에 대한 해지총회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입찰절차 중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져 실무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인천과 전주, 벌써 두 번째다.

위 결정은 조합이 주장하는 기존 시공자의 계약위반사유가 부존재한다고 판단한 후, “채무불이행사유가 없음에도 막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제 내지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와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채무자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민법 제673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고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지 여부에 관한 채무자 조합원들의 의사를 사전에 분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따르면 조합은 먼저 해지총회를 거친 후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절차를 진행하고 다시 선정총회를 개최하여 시공자를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조합은 공사 완성 전까지는 민법 제673조에 따라 시공자의 계약위반이 없더라도 도급계약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법원은 조합이 주장하는 계약위반사유가 정당한지를 판단할 필요가 없는 점에서, 위 결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기존 시공자의 계약위반이 인정되지 않아 민법 규정에 의한 해지로 가게 되는 경우 조합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해지총회와 선정총회를 나누어 진행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조합은 시공자 변경총회에서 조합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을 미리 고지하고 조합원들에게 시공자 변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충분하다.

조합원들이 시공자를 변경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 동안 진행한 입찰절차는 당연히 효력을 상실하므로 조합이 총회 전 입찰절차를 미리 진행했다고 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결정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조합은 입찰 참여업체들이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입찰공고 시 ‘추후 시공자 변경에 관한 총회의결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입찰을 진행한다는 취지를 안내하면 된다.

도시정비법은 시공자의 ‘해제(해지)’가 아니라 ‘변경’을 총회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이미 한 번의 총회에서 기존 시공자에 대한 해지와 새로운 시공자의 선정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을 예정하고 있다. 최근의 결정은 법령에 근거없이 조합에 불필요한 두 번의 총회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시공자 변경, 한 번의 총회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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