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재개발구역에 투기세력이 ‘부동산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사실이 포착됐다. 재개발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퍼뜨려 집값을 떨어뜨린 후 투자자를 모집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특히 작전세력은 집값을 다시 올리기 위해 이미 선정된 시공자를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자를 교체하기 위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원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에 ‘부동산 거래조작 및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의 모 재개발구역의 사례로 일부 공인중개사와 외부 투자자들이 가격담합을 통해 원주민을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세력은 단톡방(단체대화방)을 개설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한편 이른바 ‘작전’을 실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들은 집값을 하락시키기 위해 해당 구역의 재개발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 집값이 하락하면 원주민이 지쳐 떠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원주민의 물건을 사실상 헐값에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이후 투자자가 대규모 세력을 형성하면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한다. 조합원 과반수의 세력을 모으면 집값은 물론 재개발사업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개발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격이 하락한 만큼 다시 가격을 올리는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바로 시공자를 교체하는 작업이다.

해당 구역은 이미 수년 전에 중견 건설사를 시공자로 선정해 가계약까지 마친 상황이다. 하지만 투기세력은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자로 대형 건설사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내걸고 재개발이 다시 진행된다는 소문을 내면 집값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시공자 교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마련했다. 이미 구역 내에는 대형 건설사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시공자 교체를 위한 홍보에 나선 상황이다. 작전세력은 해당 건설사를 지지하는 것은 물론 시공자 교체에 적극적인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표를 몰아줄 것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단톡방 내에서는 조합장 등 조합임원 선출을 위한 총회에 특정 후보를 선택하라는 ‘서면결의서’ 모범 답안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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