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에도 과반수 직접 참석이 요구되는지’와 관련하여 이를 긍정하는 견해가 주류적이라는 것, 수의계약도 ‘총회’의 의결을 받게 되어 있고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에는 과반수 직접 참석이 요구된다는 것이 그 해석론의 근거라는 것, 그러나 ‘경쟁입찰의 방법’에 대해 정하기 위해 제정된 계약업무 처리기준이 수의계약의 의사결정 방식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도시정비법으로부터 위임받는 범위를 넘는 것이라는 것, 시공자 선정의 공정성을 위해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정해두고 있지만 계약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도 과잉금지 원칙에 따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폐단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하고 경쟁입찰을 시공자 선정의 원칙으로 삼은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건설업체들이 몰려들어 과열경쟁의 양상을 띄는 경우와는 달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건설업체들이 수주 자체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다.

시공자에게 모든 것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정비사업의 현실상 수주에 나서는 시공자가 없을 경우 정비사업의 진행 자체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조합은 직접 발벗고 나서서 건설업체를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과열경쟁이나 탈법적인 홍보활동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 반면 여러 차례 경쟁입찰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 상황에서까지 계속하여 경쟁입찰을 강요하는 것은 조합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입법자는 이렇게 경쟁입찰에 수차례 실패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공자 선정 절차의 투명성·공정성이라는 공익과 함께 조합의 의사결정의 자유와 정비사업의 진행이라는 또 다른 법익을 조화롭고 균형있게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종의 ‘출구전략’으로서 수의계약의 길을 터주고는 수의계약에 다시 경쟁입찰과 동일한 과반수 직접 참석 요건을 적용시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에 부합하는가?

도시정비법은 시공자 선정을 비롯한 총회 의결사항을 규정하면서, 총회에 조합원 10% 이상 직접 출석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창립총회,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변경 등 총회의 경우에만 20% 이상의 직접 출석을 요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시정비법은 기본적으로 시공자 선정 총회를 20% 이상의 직접 출석을 요하는 총회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건설업자의 과도한 경쟁이나 탈법적인 홍보활동, 서면결의서 매수 등의 폐단이 발생하자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통해 과반수 직접 참석으로 대폭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도시정비법이 원래 예정했던 시공자 선정 총회보다 훨씬 가중된 정족수를 경쟁의 폐해가 없는 수의계약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가.

어차피 경쟁입찰이든 수의계약이든 과반수 직접 참석이 적용될 바에야 ‘들러리’를 세워서라도 한 차례의 입찰을 통해 선정되려 하지, 굳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가며 수차례의 유찰을 거치려고 하는 자가 있겠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답은 분명해진다.

이러한 해석론에 대해서는 어쩌면 ‘상대방을 임의로 택하여 체결하는 수의계약도 시공자 선정의 투명성·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경쟁입찰과 동일한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자유로이 상대방을 정하는 것에서 오는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시공자 선정의 공정성이 요구되는 것은 수의계약에서나 경쟁입찰에서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는 아무 때나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요건을 제한함으로써 달성해야 할 일이지, 경쟁입찰에 실패하여 수의계약을 통해서라도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해주고는 다시 체결 방법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달성할 일이 아니다.

☞다음 기고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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