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대책은 투기세력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아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책 발표 직전엔 대통령이 직접 ‘주택공급’을 주문하면서 과열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로 인한 성난 민심을 달래기도 했다.

사실 주택공급은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요 정책 수단에서 배제된 상황이었다.

그동안 국토교통부는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돈다며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규제에만 몰두했다. 단순 총량 접근에 매몰돼 인기 지역의 주택공급 부족을 외면해 온 것이다. ‘선호도 높은 지역에서의 부족한 주택공급’이 시장 과열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는 점을 부정한 셈이다.

정부는 집값 상승은 강남·서초·송파가 견인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들 지역은 교통·학군·직주근접 등 뛰어난 생활환경 인프라를 자랑하면서 수요층이 두터운 곳이다. 수요는 높은 반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도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강남권 규제 위주의 정책만 펼쳤다. 인근지역에서 풍선효과를 보이면 규제 대상 범위를 넓혀나갔다. 수도권 대부분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적용된 이유다.

규제만능주의 정책을 펼치는 동안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공급 방안은 미비했다.

수요가 높은 서울에서 유휴부지 활용과 공공 재개발, 가로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계획이 전부였다. 2022년까지 7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마저도 부지확보 계획만 내놓으면서 주택이 언제 공급될지는 불확실하다.

정부는 ‘찔끔 공급정책’이 아닌 정비사업을 통한 ‘대규모 공급계획’으로 시장 안정화를 위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서울에는 강남권, 여의도, 양천구 등의 지역에 준공된 지 30년을 넘긴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이들 재건축을 활성화하고 환수된 개발이익 재원으로 임대아파트를 건립하는 편이 서민 주거안정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싸워서 제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 본연의 욕망을 부정하는 정책은 시장에서 효과를 볼 수 없다. 각종 규제로 주택의 질을 떨어뜨려 시장 과열을 막는 정책은 지속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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