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집값 안정화에 집중하면서 집권 이후 무려 19차례에 걸쳐 부동산 관련 대책들을 쏟아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분양가상한제, 조정대상지역 지정, 금융 등에 대한 각종 규제책들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부동산시장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규제일변도 정책이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실수요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5명의 전문가들을 통해 집값 추이를 전망해봤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금융 등 각종 규제에 코로나19까지집값, 당분간 보합세에서 하반기 오름세로 전환=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에 중점을 둔 정부 의도와 달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당장은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대출 등에 대한 규제로 인해 당장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이 쉽지 않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은 “최근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골자로 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19번에 걸쳐 발표한 데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주택구입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울 등 주요 도심지역에 대한 집값이 당분간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코로나19 확진 추세가 진정세를 보이는 단계에서는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장 곳곳에서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고, 하반기 동시다발적으로 신규 물량이 쏟아지면 수요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오는 4월 말로 예정된 분양가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이 도래했지만, 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관리처분계획수립 및 변경 등에 대한 총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반기 부동산시장에 신규 물량이 쏟아질 경우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수요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주택자 겨냥한 6월 양도세 중과 유예… 정부 기대만큼 매물 쏟아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정부 기대와는 달리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기존 아파트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다주택자들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인식하면서, 대출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 각종 규제책들을 시행 중이다. 다만,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세종과 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격하게 오른 조정대상지역 안의 10년 이상 보유 주택을 팔 경우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을 예외 시켰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상승폭이 세금감면 혜택보다 크기 때문에 매도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10년 넘게 보유한 다주택 소유자가 매도할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잘못됐다”며 “규제지역에서 양도소득세 중과세 10%를 감면해주겠다고 했지만, 주택가격 상승이 세금감면 혜택보다 더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다주택자들은 매도를 망설이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시장 반응은 정부의 예상에 빗나가는 현상을 보인다”며 “다주택자들은 기다리다보면 보유세 부담보다는 집값상승이 더 이익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처분보다는 증여 또는 지속적인 보유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 추가 등 규제책 불구, 풍선효과 가능성 높아=시장에서는 정부가 2·20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반짝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기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및 신규조정대상지역들의 경우 집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겠지만, 인근 지역들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정부가 2·2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으로 수원시와 안양시 의왕시 등을 추가시켰고 해당지역은 금융과 청약 등 강화된 규제를 적용시켰다”며 “향후 교통망 확충이나 각종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들로 자금이 유입될 확률이 높은 만큼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일부지역의 집값 풍선효과를 잡기위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팀장도 “부동산시장 특성상 정부의 규제지역 확대 이후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들로 인해 집값이 오르는 곳이 나올 것”이라며 “당분간은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한정적일 것이고, 수요자 역시 매수에 신중해지면서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망세 짙어질수록 거래 위축에 주택공급 부족까지 겹쳐…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전문가들은 정부의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등 규제책이 거래를 위축시키면서 전·월세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장 본부장은 “전·월세시장의 경우 보유세 강화로 집주인들이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수도권의 경우 수요가 높은 반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전·월세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도 “규제 강화 지역이 당분간 일시적으로 관망세를 보일 수 있다”며 “서울의 경우 전세매물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내 집 마련 어떻게?… 청약가점 높을 경우 분양시장 노리거나, 자금 여력 충분하다면 6월 전 급매물 노려볼 만=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출 등 부동산시장 가격 안정화에 중점을 둔 정부의 전방위 규제로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적용 예외기간으로 설정한 6월 안에 나올 수 있는 급매물을 노려보거나 서울 등 수요가 높은 곳 보다는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추전하고 있다.

권 교수는 “오는 6월 양도세 중과 적용을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들이 일부 매매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금 확보 여력이 충분하다면 급매물을 눈여겨볼만 하다”며 “청약통장 가입자 중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라면 서울지역 정비사업을 통한 일반분양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서울지역에서 내 집 마련은 정부의 대출 등에 대한 규제로 힘든 게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경기지역에서 청약이 미달되거나 교통여건 등이 개선되는 3기 신도시에 눈길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고 조언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