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분양가상한제 실시를 통해 주택시장에 적극 개입을 선언하면서 강남 재건축 사업장들과 정책당국 사이의 날 선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전격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국토부. 주택법 시행령 개정 예고도 이어졌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거나 이미 인가를 받은 사업장까지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으로 삼겠다는 서슬 퍼런 선전포고였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며 또한 폭발적이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을 완료함으로써 분양가상한제 악몽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믿었던 사업장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크게 반발하였다. 언론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토부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내용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여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다투듯 속보로 쏟아졌다. 

국토부는 언론의 지적에 내부적으로 위헌성 검토를 마친 사안이라며 다급히 진화에 나섰으나 정작 개정 주택법 시행령에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이 이루어진 사업장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의 부칙을 덧붙임으로써 언론의 지적을 사실상 수용한 꼴이 됐다.

일부 재건축조합은 소급입법의 위헌성 논의에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일반분양 물량 전부를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함으로써 정책당국의 분양가상한제 카드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가히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구도를 방불케 했다. 일반분양 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다윗의 돌이었던 셈. 분양가상한제를 전가의 보도인 듯 휘두르던 정책당국은 예상치 못한 일격에 일순 당황한 듯 보였다.

숨 고를 겨를 없이 국토부와 서울시는 실시간 대응에 나섰다. ‘체비시설 중 공동주택은 일반에게 분양한다’는 서울시 조례가 일반분양을 강제하는 강행규정이라거나,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기 위해서는 정비계획, 사업시행계획, 정관 등을 모두 변경해야 가능하기에 서울시의 허락 없이는 통매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논리가 등장했지만 급조된 기색이 역력했다.

격한 대립에서 어느 쪽도 양보가 어려워 보인다. 정책당국은 거대한 정책실패의 참담함과 오욕을, 재건축조합은 눈 튀어나올 지경의 경제적 손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승부의 추는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까. 단순히 법률적 관점으로만 음미한다면 가늠이 어렵지 않다. 국토부나 서울시가 내세운 방어 논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엉성한 탓이다. 

먼저 서울시 조례상 일반분양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은 조례 자체의 표현으로 보아도 무리이며 무엇보다 조례라는 하위규범으로 상위규범인 법률을 극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정비계획, 사업시행계획, 정관 등의 변경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거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비계획이나 사업시행계획, 조합의 정관 그 어디를 보아도 일반분양 주택의 처분에 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규율하지 않는다. 조합원 분양분이나 일정 비율 의무화된 임대주택 물량을 제외하고 남는 물량이 일반분양 대상이 되기 때문에 굳이 정비계획이나 사업시행계획에 일반분양 물량에 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없어서다. 

비극은 법적으로 열세인 정책당국의 패배를 단언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확인되듯 행정청은 인·허가권을 무기로 조합의 목을 조여 올 게 뻔하다. 조합은 어떻게든 법정에서 승부를 가리려 하겠지만 법원의 판결로 행정당국을 끝내 굴복시킬 수 있을까. 아직은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의견들이 많아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